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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거야 `독재국회`에 벌벌 떠는 기업들

장우진 기자   jwj17@
입력 2024-06-11 16:27

출발부터 노란봉투법 등 反기업
K-칩스법·상속법 개정은 뒷전
"국회 보면 나라 거덜날까 걱정"


[기획] 거야 `독재국회`에 벌벌 떠는 기업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간사 선출을 위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임계를 제출한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규제만 쏟아내니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4대 그룹 핵심 임원은 11일 출발부터 거대야당의 독주로 파행이 이어지는 22대 국회에 대한 실망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대만 등은 국가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국 국회는 정반대다. '노란봉투법'과 같은 기업 발목잡기 법안 발의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이다. 거야(巨野) '독재국회'는 향후 4년간 이어질 수 있다.
노동계 출신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대표 발의했고, 같은 당 민형배 의원은 10일 가맹본사를 상대로 한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작년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노사관계에서 사용자 범위와 쟁의행위 대상을 하청에 재하청까지 거의 모든 협력업체로 확대하고, 사측은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하청 구조가 무너지고 불법파업을 조장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강력히 반대했는데, 이번에 또 다시 발의된 것이다.

또 같은 당 정준호 의원은 이사회가 인수합병(M&A), 분할 같은 중요한 경영상 결정을 내릴 때 소액주주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모든 주주를 충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을 옥죌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은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에서 주주들과 이해관계가 부딪힐 가능성이 높은 데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경영권 공격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



반(反)기업·반시장 입법은 줄줄이 대기 중인데 기업을 지원하는 입법은 감감 무소식이다. 대표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의 핵심으로 꼽히는 상속세율 인하의 경우, 여당이 발의하더라도 야당의 반대로 상임위 문턱을 넘을지 미지수다.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일몰 연장 논의도 뒷전으로 밀렸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15~25%를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로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다. 이를 6년 연장하는 내용이 올 1월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한 채 지난달 21대 국회의 본회의가 끝나면서 흐지부지됐다.

20대 의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세율이 높으면 당장 거둬들이는 세금이 많을 수 있지만 중장기 성장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처벌만 앞세운 무리한 입법경쟁보다 균형있는 법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금 국회 모습을 보면 나라가 거덜날 거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등 미래 산업에서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법'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은 엔비디아,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대규모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등 AI반도체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선 이후 대중국 수출 규제 수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책 차원의 선제 대응이 없으면 국내 기업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런 입법 상황이면 엔비디아 같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강자가 국내서 탄생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산업계 중론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대만을 '국가'로 표현하면서 중국 여론의 반발을 샀지만, 중국 내부에서도 엔비디아를 대체할 방법이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우진·김세희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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