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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 최종합격인데 `2년 계약직`으로 근무하라고?"

이미연 기자   enero20@
입력 2024-06-12 15:57

'출산율' 비상에 '쉬었음 청년' 경고등마저 켜진 한국
저임금·열악한 근무조건에 중소기업 등 기피 경향 짙어져


"경력직 최종합격인데 `2년 계약직`으로 근무하라고?"
채용공고 살펴보는 구직자 모습. 사진 연합뉴스

"경력직으로 최종 합격했는데 전 직장 원천징수영수증을 가져오라고 하더라. 취업공고에 연봉에 대한 안내는 없었지만, 전 직장 기준으로 약간만 올려준다고해서 이직을 접었다."(한 30대 직장인)


한국사회에 저출생 문제에 이어 청년층 지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활동을 포기한 '쉬었음 청년'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양질의 일자리'로 불리는 대기업이나 임금이 높은 직장을 잡기 어렵거나 사회생활에 자신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를 의식해 정부도 '사회 이동성 개선방안' 등을 내놓고 있지만 체감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91만5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8만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비경제활동 인구도 1만2000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고용지표 상으로는 개선되고 있는 추이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취업자 증가폭은 3년 3개월 만에 최소폭이다. 이날 오전에 열린 '제17차 일자리 전담반(TF)'에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5월 15~64세 고용률이 처음으로 70%를 기록했으나, 도소매업·건설업 고용이 감소하면서 취업자 증가폭이 축소되고 고용취약계층의 어려움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젊은층보다는 노년층의 취업이 활발했다. 60대 이상 취업자가 26만6000명 늘면서 가장 많이 늘었고 30대와 50대가 각각 7만4000명, 2만7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20대에선 16만8000명, 40대에선 11만4000명이 각각 감소했다.

특히 '쉬었음 인구'는 30대(4만8000명 증가)·40대(3만5000명 증가) 등에서 가장 많이 늘었고, 구직단념자는 36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명이나 증가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쉬었음'의 주된 이유로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특히 작년 8월 기준으로는 86만7000명이었는데, 이 중 남성과 여성이 각각 67만3000명, 19만5000명이라 남성이 여성의 3배가 넘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어 '원하는 일자리(일거리)가 없어서 쉬고 있다'는 응답은 44만1000명으로, 남성과 여성이 각각 33만1000명, 11만명으로 집계되면 역시 3배 수준의 격차를 보였다.


임금 수준이 높고 복지가 좋은 편인 대기업 일자리는 바늘 구멍이다. 이에 젊은 층에서는 중소기업 입사를 기피하며 취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난 반면, 노년층에서는 젊은 층을 대체할 경력자의 취업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젊은층에서 근무여건과 임금을 중요하게 여기는 흐름은 강해지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충족시킬 일자리는 한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부분은 통계상으로 뚜렷하다. 임금근로 취업시 주요 고려 사항으로 '근무여건(근무시간·장소 유연성, 근무지역 등)'을 중요시하는 인구는 2018년 8월 기준으로는 39만6000만명 수준이었는데, 작년 8월 기준으로는 73만8000명까지 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으로 등극했다. 이어 '수입·임금수준'도 2018년에는 46만8000명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62만8000명으로 증가하면서 두번째 중요 요인으로 꼽혔다.

"경력직 최종합격인데 `2년 계약직`으로 근무하라고?"
출처 KDI 포커스 130호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현격한 임금 격차와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젊은 층 기피 현상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종사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 중 39세 이하 청년층은 781만7000명으로 전체의 30.9%에 그쳤는데, 청년층 중 29세 이하는 13.5%, 30대는 17.4% 뿐이었다.

이런 현상은 근로조건에도 영향이 있겠지만, 단적으로는 임금 격차가 두드러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영리기업 중 대기업 근로자 평균소득은 월 591만원(세전 기준)으로 중소기업(286만원)의 2배를 넘겼다.

이들의 이직도 쉽지 않다. 한 30대 근로자는 "아예 본인의 경력을 다 버리고 더 큰 회사의 신규채용으로 도전해서 간 사례는 있지만, 중소기업 경력을 인정받아 대기업으로 이동한 친구는 거의 없다"며 "어떤 업종에서는 '경력자여도 계약직 2년이 업계 관례'라고 강요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정부에서는 미래세대가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고, 능력과 노력에 따라 소득 계층을 상향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회 이동성 개선방안'을 내놨지만 아직 체감도는 크지 않다. 좋은 일자리로 소득 상향 기회를 늘리고,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근로소득을 통한 자산형성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대기업 일자리 자체가 한정적이다. 이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 기업에 대한 유인책부터 강화되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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