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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日 사우나 `열파사` 열풍과 드라마 `사도`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4-06-12 18:43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日 사우나 `열파사` 열풍과 드라마 `사도`
지난달 일본 요코하마의 한 온천 시설에서 이상한 행사가 열렸다. 대형 사우나 시설안에서 한 사람이 대형 타월을 마구 흔들어 대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바람을 날려 보낸다. 이 뜨거운 바람을 체험한 사람들은 마치 가수 오디션의 심사위원들처럼 각 '선수'들을 평가하며 채점을 하는 희한한 광경이 연출된다.


이 행사는 일명 '열파(熱波) 고시엔(甲子園) 2024' 대회다. 일본에서는 '고시엔'이라는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있다. 대회가 워낙 인기가 있는지라 어떤 아이템이든 전국대회를 칭할 때 'XX 고시엔'이라고 붙이는 게 일반적이다. 이 대회는 '열파'라는 기술에 있어 전국 수위를 가르는 대회인 것이다.
목욕탕에서 돈을 받고 몸의 때를 벗겨주는 '세신(洗身)'의 강국 한국에는 없지만 일본의 사우나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바람을 일으키는 기술이 '열파'다. 그 기술을 연마한 사람들을 '열파사(熱波師)'라고 부른다.

사우나의 뜨거운 증기를 큰 수건으로 부채질하는 우스꽝스러운 열파사 중에서 전국 1등을 뽑는 이 대회는 풍속계로 폭염 수치를 재는 '폭염 태풍', 약 2cm의 물을 채운 페트병을 볼링핀 모양으로 배열해 폭염에 몇 병을 쓰러뜨릴 수 있는지 겨루는 '열파 볼링', 뜨거운 사우나실에서 38문항의 퀴즈를 푸는 '열파 입학 시험' 등 세 과목을 치르며 치열하게 자웅을 겨룬다.

이 '열파 고시엔'에서 20개의 페트병을 넘어뜨린 '열파 마스터'를 만나기 위해 멀리서 오는 광팬들도 많다고 하니 놀랄만한 인기다.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日 사우나 `열파사` 열풍과 드라마 `사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대중탕이나 사우나의 인기가 많이 시들었다. 특히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MZ세대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같은 탕을 공유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인기 하락의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MZ세대가 사우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일본에서 사우나가 아저씨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그 배경을 찾아보니 놀라운 계기가 숨어 있었다. 일본에서 사우나의 이미지를 바꾼 것은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1년에 12회 분량으로 TV도쿄가 제작 방영한 드라마 '사도(サ道)'의 영향이 제일 크다는 게 중론이다.

사도는 다도(茶道)처럼 '사우나(サウナ)'와 '도(道)'의 합성어다. 사우나를 통해 몸과 마음의 평안을 이룬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매 회마다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사우나를 찾으며 사우나를 통한 득도의 경지를 뜻하는 '토토노우(整う)'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한 열파사들의 뜨거운 연기는 MZ세대들의 시청률까지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후 열파사라는 특수직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여기에 도전하는 젊은이들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연봉이 4000만원에 육박하는 인기 직종이 됐다.

이렇게 드라마 사도를 보고 영향을 받아 사우나를 즐기는 MZ세대들이 증가하자 사도를 즐기는 형태도 다양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사우나'와 '여행'을 합친 '사타비(サ旅)', '사우나'와 '활동'을 뜻하는 '사활(サ活)'이라는 동호회 모임 등 다양한 형태로 붐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사우나 문화를 일부러 즐기기 위해 해외에서의 방문도 같이 늘어나고 있다.

망가(만화)가 원작인 사도의 인기에 힘입은 사우나 산업의 열풍을 보면 그다지 새롭지만은 않다.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 보면 자주 눈에 들어오는 먹방 프로그램 '고독한 미식가'도 원래 망가 원작을 활용해 인기 드라마로 제작된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전 세계로 퍼지며 일본의 맛집들을 알린 결과, 단지 맛집을 가기 위해 방문한다는 외국 관광객들도 꽤 많아지고 있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국 웹툰을 보며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외국인이 많아지는 것도 정말 반가운 일이다. 한국만의 독특한 콘텐츠와 새로운 산업의 융합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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