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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세종시의 딜레마, 성과와 한계

   
입력 2024-06-30 18:44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세종시의 딜레마, 성과와 한계
묘청과 정조, 노무현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비록 시대를 달리하지만 천도(遷都)의 꿈을 가졌다는 것. 어느 시대이든 국가의 수도를 옮기는 것은 간단하지 않았다. 아니 험난했다.


고려 인종 때에 승려 묘청은 수도를 서경(현 평양)으로 옮기자며 왕을 설득했지만 김부식을 비롯한 개경 문신들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했다. 정조는 1794년부터 수원에 화성을 건설하고 수원을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배세력인 노론의 반발로 1년에 한 차례씩 화성행궁으로 꿈을 달랬다.
지난 2002년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행정수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국토 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2003년 12월 29일 신행정수도법은 국회를 통과했고 이듬해 1월 '지방화와 국가균형발전시대 선포식'을 열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법 위헌 결정에 따라 규모가 축소되었다. 그럼에도 41개 중앙행정기관 및 소속기관 공무원 1만2000여명이 세종시로, 또한 153개 공공기관 5만1000여명이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로 이주했다.

그로부터 20년, 수도권 인구는 오히려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00년 46.3%에서, 2010년 49.3%, 2022년 50.5%로 높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51.4%로 더 늘어난다. 세종시로의 추가 이전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달콤한 구호였으나 정작 국가 발전, 국토균형 발전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됐다.

그동안 막대한 국가재원이 세종시에 집중되었다. 아무런 기반시설이 없던 황량한 충청도 땅에 행정복합도시가, 10대 지역에는 혁신도시라는 신도시가 건설되었다. 정부 재원을 지자체에 균등하게 배분하다 보니 서울 중심의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강화되었다. 얼마 전 한 학술대회에서 상명대학교 이동진 교수는 이를 "균형의 개념이 균등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제라도 수도권을 견제하는 2극 체제의 지원 및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언젠가부터 서울과 그 주변을 떠나지 않으려는 심리는 더욱 커졌다. 2019년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과 카이스트 인공지능(AI) 대학원 설립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0년간 민간투자 120조원을 들여서 반도체 특화산업단지 조성산업을 위해 경기 용인, 충북 청주, 충남 천안, 경북 구미 등이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수도권인 경기도 용인이었다. 교육과 의료, 문화 시설이 부족해 개발자를 비롯한 고급인력이 지역으로 가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요즘 핫한 AI 관련 국내 최고 교육기관은 대전 카이스트 본원이 아니라 서울 양재동 분원에 위치하고 있다. 카이스트가 2019년 가을 서울 양재동에 AI 대학원을 설립했다. 지역인 대전 유성에서는 더 이상 세계적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는 현실과의 타협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카이스트 AI 대학원은 설립 5년 만에 머신러닝 분야 세계 5위, 아시아 1위(논문수)로 성장했다. AI 분야도 세계 5위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전액 지원하는 카이스트 대학원마저 서울에 둥지를 틀면서 지역의 소외감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세종시는 이미 행정 비효율의 상징이 되었다.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을 오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현실성 떨어진 정책도 늘어나면서 세종시를 공무원들만의 '갈라파고스'로 보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세종시에 국회의사당을 옮기자는, 대통령실 분원을 설치하자는 주장은 반복된다.

지난 6월 27일 열린 '충청권 대응전략 모색 정책 토론회'에서도 헌법에 행정수도의 명문화와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 주장이 제기되었다. 언젠가부터 국토균형 발전을 위한 세종시 건립 취지는 사라지고, 세종시의 완성이라는 하위 목표가 최고과제처럼 제시되고 있다.

세종시 건설이 정말 국토균형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지금이라도 따져봐야 한다. 행정기관의 혁신도시 분산 유치가 지역발전에 기여했는지 역시 면밀한 검토의 대상이다. 그 재원을 다른 곳에 투입했더라면 결과는 어땠을까?

한국은 그동안 선택과 집중으로 압축 성장을 했다. 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금은 지역 분산이 아니라 서울에 버금가는 도시 육성이 절실하다. 그곳은 어쩌면 부산일수도, 광주일수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도시 세종은 분명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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