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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뉴진스 하니의 `일본 신드롬`

   
입력 2024-07-02 18:28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뉴진스 하니의 `일본 신드롬`
뉴진스가 케이팝 가수 중 데뷔 후 최단기간인 1년 11개월 만에 일본 도쿄돔에 입성했다. 도쿄돔은 관객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돔으로, 일본에서도 최고의 스타만 공연할 수 있는 '꿈의 무대'라 불린다. 해외 가수들 중에선 세계적인 스타급들만 도쿄돔에서 공연할 수 있었다.


케이팝 걸그룹으로선 2013년 카라, 2014년 소녀시대, 2019년 트와이스, 2019년 블랙핑크, 2023년 에스파에 이어 여섯 번째다. 이번에 뉴진스는 정식 공연도 아닌 팬미팅으로 도쿄돔을 가득 채워 더욱 세인을 놀라게 했다. 무대 장치로 인해 모든 좌석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이틀 동안 약 9만여명을 동원했다. 이 정도면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의 이틀 공연과 맞먹는 규모다. 한국의 신인급 걸그룹이 일본에서 이렇게 거대한 이벤트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뉴진스 공연 직후에 스포니치, 스포츠 호치, 산케이 스포츠, 데일리 스포츠 등의 일본 매체들은 뉴진스를 1면에 내세운 특별판을 내거나 전면 기사로 다뤘다. 도쿄돔 인근 편의점에선 뉴진스 특집 기사가 실린 신문이 동이 나기도 했고, 뉴진스 멤버 하니가 인쇄된 롯데껌이 일부 매장에서 품절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연 후 이틀이 지난 후까지도 일본의 아침 방송이 뉴진스 팬미팅 소식을 다룰 정도로 신드롬적 반응이 나타났다. 원래 특정 가수의 공연은 그 가수 팬들만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웬만해선 크게 보도되지 않는다. 국내에선 임영웅, 방탄소년단, 나훈아, 싸이 공연 정도의 파급력이 있어야 방송 뉴스로 다루어진다. 특히 아이돌 공연은 관심 갖는 연령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반 뉴스의 기사로 채택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진스 팬미팅 관련 기사가 일본 방송에서 줄을 잇는 것에서 현재 신드롬이 일본에서 얼마나 크게 터졌는지를 알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건 하니의 '푸른 산호초' 솔로 무대였다. 앞에서 하니가 인쇄된 롯데껌이 일부 매장에서 품절됐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푸른 산호초' 무대의 폭발적인 반응 때문이다.



공연 첫날 '푸른 산호초' 노래가 시작되자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다. 현장의 관객들은 도쿄돔 천장을 뚫고 나갈 것처럼 느껴지는 함성이었다고 했다. 이 무대는 즉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첫째 날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래를 듣고 놀란 것이었는데, 둘째 날 공연 땐 관객들이 인터넷 이슈를 통해 모두 '푸른 산호초'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엄청난 함성과 떼창이 터졌다.
'푸른 산호초'는 일본인들에게 아주 각별한 노래다. 일본에서 '영원한 아이돌'로 불리는 마츠다 세이코의 1980년 히트곡으로, 그들의 '좋았던 시절'을 상징한다. 마츠다 세이코는 1980년부터 1988년까지 24곡 연속 오리콘 차트 1위를 달성하며 80년대 버블시대를 대표하는 표상이 됐다. 한국 걸그룹의 소녀가 80년대 노래를 통해 그 시절을 끌어오자 일본인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한국에서 트레이닝 받은 하니의 실력과 매력이 한껏 드러난 무대였다. 일본 내에서도 당연히 이 노래가 그동안 많이 불렸고, 얼마 전 '한일가왕전'에서 일본인 출연자들이 이 노래를 불러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하니 정도의 신드롬을 일으킨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그만큼 뉴진스의 영향력이 크고 하니가 이 노래의 아련한 정서를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번 신드롬을 통해 일본의 중년남성들까지 뉴진스에 반응하고 있다. 원래 일본의 한류 열풍은 중년 여성에서 시작해 젊은 여성으로 넘어가면서 주로 여성들 사이에서 뜨거웠다. 남성들 특히 중년 남성들은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를 내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뉴진스가 중년세대를 포함한 남성들에게까지 한류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 겨우 데뷔 후 1년 11개월이 된 신인이다. 벌써부터 이렇게 거대한 신드롬을 일으킨다면 앞으론 어느 정도나 성장할 것인가? 서구권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본격적인 월드투어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월드투어는 또 얼마나 거대한 이벤트가 될까. 케이팝에서 또 한 팀의 초대형 국제스타가 탄생할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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