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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칼럼] 의정 갈등 해소, 보건복지부·교육부 개혁에서 시작해야

강현철 기자   hckang@
입력 2024-07-08 18:20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칼럼] 의정 갈등 해소, 보건복지부·교육부 개혁에서 시작해야
정부의 전례 없는 대규모 의대 증원 시도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19일 대법원의 재항고 기각으로 의대 증원이 확정되었고, 의대 교수들의 진료 거부도 끝나가고 있다는 것은 정부의 안이한 인식일 뿐이다. 의료현장의 현실은 정반대다. 자칫하면 의료 수급과 의사 양성 체계가 한꺼번에 무너져 버릴 수도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의대생·전공의가 여전히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1만3756명 중에서 복귀한 인력은 1104명(8.0%)뿐이다. 보건복지부가 전공의에 대한 위협·협박용으로 써먹었던 사표수리 금지·진료 유지·업무개시 '명령'을 모두 철회했는데도 그렇다. 올해 새로 수련을 시작한 인턴은 130명 수준이었다. 의대는 물론이고 전공의·전문의 양성이 올스톱 상태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제는 의정 갈등의 파장이 간호사의 구직난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실의 위세를 믿고 의사의 '악마화'에 앞장섰던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옹색하다. 10년 후의 의사 부족을 해결하겠다고 시작한 의대 증원이 당장의 심각한 의사 부족을 초래하고 말았다. 실제로 응급·특수 진료를 전담하고 있는 수련병원의 의사가 절반 가까이 줄어버렸다. 전공의가 현장을 떠나버려 상황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의사 부족에 의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젊은 전공의들에게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까지 빼앗아버렸던 보건복지부가 이제는 현장을 떠나버린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복구·사직을 서둘러 달라고 읍소하는 형편이 돼버렸다. 그동안 강조했던 면허 정지 등의 행정처분은 포기할 것이고, 이번에 사직하는 전공의에게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시할 기회도 주겠다고 한다.

의사들을 '악마적 범죄집단'으로 몰아붙이던 보건복지부가 스스로 자폭(自爆)해 버린 형국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무후무한 의료공백이 가시화되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다.

보건복지부의 '전문의 중심병원' 구상도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빅5 병원의 수련의 비중을 40%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소가 들어도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의·PA 간호사로 대체되는 전공의의 수련에 대한 대책이 완전히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의료행정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보건복지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끄러운 대책이 아닐 수 없다. 전문의 채용과 PA 간호사 확대가 공짜로 되는 일도 아니다. 그동안 전공의의 낮은 인건비로 연명해 왔던 빅5 병원에 그런 재정적 여유를 기대할 수도 없다. 더욱이 PA 간호사는 여전히 법적 근거가 없는 시범사업일 뿐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교육부까지 기름을 쏟아부었다. 의대 교육의 질에 대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우려는 지당한 것이다. 의평원은 의정 갈등이 시작된 지난 3월 24일의 성명서에서도 '일시에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의대 증원에 의한 의학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를 분명하게 밝혔다.

강도 높은 의대 교육과 의료현장에서의 수련 과정이 정교하게 연계해야만 하는 의사 양성 체계에 대한 정당한 지적을 괜한 '불안감 조성'으로 몰아붙인 교육부 차관의 발언은 이제는 아무 설득력이 없는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관료주의적 억지일 뿐이다.

'정부의 재정지원 의지'를 의평원 평가에 반영하고, 의평원의 이사회에 소비자단체 등이 추천한 '공익대표'를 넣어달라는 요구도 후안무치한 억지다. 의평원의 평가는 보건복지부의 공허한 정책 의지가 아니라 의대의 교육 현장을 평가하는 것이다. 소비자단체를 무능한 관료가 억지로 밀어붙이는 엉터리 정책의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일도 이제는 신물이 난다. 황우석 사태로 궁지에 몰린 교육부가 써먹었던 낡은 꼼수가 바로 '전문가 배제'였다.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행정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억지 요구를 쏟아내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해체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 자칫하면 우리를 선진국으로 만들어 준 교육과 보건의료 정책이 완전히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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