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전기차 캐즘의 직격탄으로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의 출하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고 국내외 공장 투자를 일제히 연기했다. 분리막 투자는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 역시 4조원에서 3조원대로 하향조정했다.
LG화학은 25일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양극재 출하 가이던스를 '전년 대비 40% 증가'에서 '전년 대비 20% 증가'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 양극재 물량 역시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나 감산으로 2분기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완성차업체들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이 올해 전기차 생산 계획을 조정한 데 따른 결정이다.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올해 매출 목표 성장률을 기존 미드 싱글(4~6%)에서 '20% 이상 역성장'으로 대폭 낮춘 만큼 생산량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또 LG화학은 2026년 양극재 연산 목표를 28만톤에서 20만톤으로 축소했다. 8만톤이 줄어든 것은 2026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검토 중이던 국내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공장과 모로코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공장의 투자 계획을 1~2년 연기하면서 목표치가 조정된 것이다.
이영석 LG화학 첨단소재 경영전략담당 상무는 "고객사의 물량 조정으로 기존 자산의 가동률 상향 등 자산의 효율성을 높인 후 케파 확대를 이어갈 것"이라며 "기존 미국공장의 램프업 외에 2026년 이후 생산능력 계획은 투자 계획 조정 후에 다시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분리막의 투자 계획은 전면 재검토한다. LG화학은 헝가리에 일본 도레이와 50대 50의 합작법인을 세우고 공장을 가동 중인데, 도레이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과 도레이의 지분율은 5대 5인데, 올해 하반기까지 이를 7대 3으로 조정하는 당초 계획이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무는 "전지 소재의 수요 성장과 중국 분리막 업체의 경쟁력 등을 고려해서 기존의 캐파 확장 계획을 전면 재검토 중"이라며 "분리막 업스트림인 원단 사업은 도레이의 분리막 사업 전략 방향 변경과 시장 현황을 고려해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설비투자(CAPEX)도 축소했다. LG화학은 당초 4조원 규모로 제시했지만, 이날 석유화학 시황과 전기차 수요 성장세 변화 등을 고려해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인 3조원대로 줄이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경영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신중한 투자 집행을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화학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2% 줄은 12조299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4.3% 줄은 4058억원을 냈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3분기를 포함한 항후 전망은 중국의 수요 부진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과 예상 대비 둔화된 전기차 수요 성장세, 운임 증가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전기차 판매 둔화로 LG에너지솔루션의 전지 사업과 전지소재사업 전망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지만 더 기본에 충실해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