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입 중단에 쓰레기 문제 대두
생분해 플라스틱 규제로만 인식
퇴비화 조건 만족 처리시설 전무
석화업계 "환경부 의지가 없다"
생수의 나노플라스틱이 세포에 침투한다는 보고서가 나온 가운데 정부의 플라스틱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플라스틱의 잔류시간을 줄이기 위한 생분해 플라스틱 촉진정책이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규제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공통으로 나온다.
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생분해 플라스틱의 퇴비화 조건인 '섭씨 58도 이상의 온도에서 180일 이내 90% 이상 분해되는' 환경을 구현한 처리 시설은 단 하나도 없다. 일명 '썩는 플라스틱'인 생분해 플라스틱은 사용 후 적절한 퇴비화 시설이 없으면 일반 쓰레기에 불과한데,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사용 후 처리시설만 구축된다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돼 인체와 자연 침투를 줄일 수 있다.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주요 방법 중 하나로,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럽바이오플라스틱협회에 따르면 2028년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 규모는 460만5000톤으로, 2022년 대비 5.3배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갈수록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생분해플라스틱 정책은 이제야 실증사업을 벌이는 실정이라는 점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세계 폐플라스틱의 절반가량을 처리했던 중국이 2018년 수입을 중단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까지 겪으며 플라스틱 사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은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에서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208㎏을 배출해 OECD 중에서 가장 많이 배출한다.
황성연 경희대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 6년 동안 적어도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해 조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접근해 테스트베드라도 만들었다면 지금 기초 틀은 마련했을 것"이라며 "일반 플라스틱을 아예 안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대안으로 인정하고 효율성과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적절한 기회를 제공해야 산업이 크는데 기회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최근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환경표지인증 기준 중 '산업 퇴비화 생분해 조건'의 유효기간을 2028년 12월 31일로 연장했지만, 여전히 생분해성 수지를 전용으로 하는 퇴비화 설비 구축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환경부는 생분해플라스틱에 대해 '생각보다 분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당초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2022년 1월부터 친환경 인증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인증받은 제품도 올해 유효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산업계 요청에 4년을 연장한 것이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시스템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다"며 "2028년에 또 문제가 될 텐데 당장 4년만 보고 국내에서 사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헌영 안코바이오플라스틱스 대표는 "토양 분해 테스트를 했냐'며 그린워싱이라고 환경단체에서 비판하지만, 국내에는 관련 실험 인증기관도 없다"며 "한국에서 15년 동안 생분해 멀칭필름을 판매한 경험상 땅에서 분해되지 않아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항의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 테스트를 하고 싶어도 외국에서 해야 하고 2년 동안 기본 테스트 비용이 5000만원인데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할 수 있겠냐"고 설명했다.
한편 유엔 플라스틱 협약 협상위원회가 내달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 초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싶다면 유럽과 같이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반 플라스틱 제품에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황 교수는 "정작 100년이 걸려도 안 썩는 일반 플라스틱에 대해선 확실한 규제도 없고, 사용 금지 품목도 안 내리면서 새 방법인 생분해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을 막아왔다"며 "일회용품 사용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등의 정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된다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사용이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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