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은은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22일 기준금리를 13회 연속 연 3.5% 수준에서 동결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2021년 8월 0.25%포인트(p) 인상과 함께 38개월 만에 긴축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현재 금리인하의 요건들은 어느정도 갖춰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통화정책을 펼칠 때 최우선 과제로 삼는 '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로 3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의 물가 목표치인 2.0%를 달성한 만큼 금리인하 여건은 충분히 충족했다.
한은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기존 전망 경로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1%대로 낮아져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물가안정의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것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로 작용한다. 연준은 지난달 18일 금리를 종전 연 5.25~5.5%에서 연 4.75~5.0%로 낮췄다. 이로써 한미간 금리차는 역대 최고치였던 2%p에서 1.5%p로 축소됐다.
다만 여전히 높은 수도권 집값과 꺾일 듯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은 금리인하의 최대 변수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들도 최근까지 집값·가계부채 상승세 등 '금융안정' 측면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수도권 집값 및 가계대출 상승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 9월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격)은 전월보다 1%p 이상 하락하며 넉 달 만에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아파트 낙찰률도 전월(43.3%)보다 1.4%p 하락한 41.9%로 집계됐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가계부채 증가폭은 전월보다 줄었지만 완벽하게 잡혔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전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던 8월(9조6259억원)보다 4조원 정도 줄었지만 추석 연휴 등을 감안할 때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규 대출 신청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감이 전보다 완화됐다"며 "금통위를 앞두고 물가, 가계부채, 환율 등 여건을 감안했을 때 한은의 10월 금리인하는 유력하다"고 판단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물가안정 기조가 강화된데다 미국 연준도 연내 두차례 추가 인하가 확실시 되고 있다"며 "한은은 10월 첫 인하를 단행한 후 기본적으로 2번 정도의 회의에서 금융안정 등 관련 데이터를 살핀 후 내년 2월에 두번째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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