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및 성장, 금융안정 등 점검해 인하 속도 결정
내수 명분이면 '금리 인하 시기 늦었다' 지적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내리기로 했다. 38개월 만에 긴축 기조가 막을 내린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 조정의 경우 지난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뤄졌다.
금통위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면서 정부의 거시 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신중히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리스크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에 대해서는 안정세가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밑돌면서 올해 상승률이 지난 8월 전망치(2.5%)를 소폭 밑돌 것으로 보이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2% 내외의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상승률이 지난 전망(2.2%)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 대해서도 "수도권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거래량도 축소됐으며 지방에서는 부진이 이어졌다"며 "이에 가계대출 증가 규모도 상당폭 축소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풀린 유동성 관리를 위해 시작된 긴축 기조는 유례없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로 이어지며, 소비와 투자를 제약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대표적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가계 여윳돈인 가구 흑자액(실질)은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째 줄었다.
통상 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민간 기업의 설비 투자다. 대출 여력이 늘면서 재화·서비스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 투자의 경우 수주·착공 실적이 개선돼 시차를 두고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아직 가계 빚에 대한 우려가 말끔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하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대 은행이 지난달 중 새로 취급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추석 연휴 기간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393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내수 침체의 심각성에 비춰 금리 인하 결정이 한발 늦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화당국 목표치인 2.0%에 수렴한 지난 8월 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 이후에 본격적으로 대출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영끌 수요가 다시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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