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ESG경영`과 `밸류업` 성패, 가치창출형 이사회에 달려"

입력 2024-10-23 19:50

ESG와 밸류업의 궁극 목적은 기업가치 제고… 이해관계자 가치에 초점 맞춰야
사회적가치 선도하는 SK그룹 대표적 성공 사례… ESG 평가지표 계량화가 관건
이사회가 핵심… 지배구조가 잘돼야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경영도 가능해져
사외이사·CEO 선임절차 투명성 더 높여야… 후보정보 알 수 있는 플랫폼 필요
주가·시총 초점 맞춘 정부 밸류업 정책, 창발적 조직인 기업 잠재력 제한 우려

[고견을 듣는다] "`ESG경영`과 `밸류업` 성패, 가치창출형 이사회에 달려" —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밸류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가치의 제고입니다. 이를 위해선 이사회가 가치창출형 조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24일 서울 중구 디지털타임스 회의실에서 만난 이지환(58) 카이스트(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ESG와 밸류업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기업의 잠재력 극대화를 유도하는 자극제"라며 "기업이 보유 자원을 바탕으로 진정성있게 차별화된 사회적 가치를 찾아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주주 가치보다는 이해관계자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힘을 주었다. 그는 "이를 위해선 이사회의 역할이 핵심"이라며 "지배구조가 잘돼야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밸류업 경영도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또 " 이사회는 단순 경영 감시와 견제 기능을 넘어 가치창출에 기여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사외이사는 내부 경영자와 외부 인재들을 연결하는 '바운더리 스패너'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와 CEO(최고경영자) 선임 절차의 투명성이 더 높아져야 한다"며 "CEO 선임 과정에서부터 제대로 된 사람을 뽑을 수 있도록 사외이사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사외이사나 CEO 후보의 정보를 더 깊게 알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강력 추진중인 밸류업 정책에 대해선 "주가와 시가총액에만 초점을 맞춰선 창발적 조직인 기업의 잠재력을 제한한 우려가 있다"며 "ESG와 밸류업 공시에 기업들이 피로감과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관련 보고서를 통합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 학사와 석사 취득 후 런던비즈니스 스쿨에서 박사(전략·국제경영) 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 교수를 거쳐 현재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경영학회 상임이사, 한국전략경영학회 산학교류위원장, 한국국제경영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공저로 '이러다가 미래까지 이노베이션: The SK INNO Way', '패러다임 대전환' 등의 저서가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ESG경영'과 '밸류업'이 최근 우리 기업들의 중요한 화두입니다. ESG경영과 밸류업은 한마디로 뭐라고 할 수 있습니까?

"기업의 잠재력이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자극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업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책이 있어요. 세계적 권위지인 영국 이코노미스트 저널리스트들이 쓴 '더 컴퍼니'(The Company)를 번역한 것인데, 이 책의 말처럼 혁신을 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는 기업이 가장 큰 기여를 한다고 봅니다. 개인이 만들어내는 혁신이나 발전도 있지만 그게 조직화가 돼야 큰 성과로 이어집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기업은 자본주의 사회건 아니건 간에 대단히 중요하고 또 상당히 필요한 메커니즘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돈을 버는 데 너무 급급했죠. 기업이 갖고 있는 혁신이나 창조 능력은 무궁무진한데 재무적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잠재력 발현이 제약당하고 있었던 거죠.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것처럼 스스로 변신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ESG나 밸류업 등을 계기로 기업들이 도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 ESG와 밸류업은 '두바퀴의 자전거'로 표현됩니다. 이 둘은 어떻게 관련이 될까요?

"ESG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가치 제고입니다. 기업가치에는 주주 가치, 소비자 가치, 근로자 가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가치가 포함돼 있습니다. 기업들이 도외시해왔던 'E'(환경)와 'S'(사회)를 더 높은 수준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ESG는 기업의 가치 내지는 이해관계자 가치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는데 핵심적인 수단입니다. ESG경영은 사회가 기업들에 요구하는 어젠다이며, 밸류업은 그 어젠다의 궁극적인 목적이 기업가치 내지는 이해관계자 가치가 돼야 된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국내 기업의 ESG와 밸류업 경영은 글로벌 대기업과 견줘 어느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까?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은 상대적으로 수렴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유행이 생기면 좋은 의미로 벤치마킹하고, 그래서 분산이 상대적으로 좁습니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분산이 넓어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 간 차이가 크죠. ESG경영에서 선도적 행보를 보이는 유럽 기업들과 견준다면 중간보다 약간 아래쪽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ESG경영과 밸류업으로 경영혁신을 이룬 대표적 사례로는 어떤 게 있습니까?

"외국 기업으론 유니레버(Unilever)의 '서스테이너블 리빙 플랜'(sustainable living plan)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을 다짐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행동을 촉구하는 경영 방침이죠. 국내에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선도하는 SK 그룹을 들 수 있습니다. ESG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회계적 성과 측정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SK 그룹은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육성 지원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소셜 벤처들이 실제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재무적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하는 까닭에 사회적 성과를 계량화, 이를 화폐가치로 전환해 보상을 해줬어요. 일종의 기부 내지는 투자를 한 거죠. 그 과정에서 재무적 가치가 아닌 사회적 가치, 고용이든 불평등이든 안전이든 이런 것들을 어떻게 측정하면 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익혔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계열사들도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를 CEO 평가라든지 보상이라든지 연결할 수 있게 된 거죠. 다른 기업들도 충분히 참고해 볼 만한 사례입니다."

- ESG경영과 밸류업 성공을 위한 핵심 기업전략은 무엇입니까?

"ESG경영에는 다양한 평가지표들이 있습니다. 각 평가기관들마다 다른 지표를 활용하고 있고, 평가방법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ESG 평가를 잘 받아야 된다는 생각은 당연합니다. 평가가 좋지 않으면 자본시장이나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을 받게 되죠. 하지만 ESG가 경영 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아직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ESG 등급(레이팅)이 안좋다고 해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자제하진 않거든요. ESG 점수를 잘 받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기업이 가진 자원이나 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들이 못하는 사회적 가치를 찾아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정받는 겁니다. 기업들이 ESG경영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평판 관리입니다. ESG경영은 평판에 큰 도움을 줍니다. 엉뚱한 것을 다 하려 하지 말고 업(業)의 특성에 맞는 것 그리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차별화하는 게 ESG경영입니다."

- 교수님께선 ESG와 밸류업의 핵심 고리로 이사회를 꼽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시는 이유는 뭡니까?

"ESG는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입니다. 앞 두개는 형용사이고 뒤는 명사인데, 이는 'E'나 'S'에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G'에서 한다는 뜻입니다. ESG등급을 잘 받고, 지속가능 보고서를 잘 쓰는 것으로만 끝나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는 회계법인이나 컨설팅 회사도 할 수 있는 일이죠. 거버넌스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관련된 권한과 책임의 배분이라고 했을 때, 의사결정에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E'와 'S'에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지 않으면 ESG경영은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내부 경영진들은 단기 성과를 내야 되기 때문에 재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사외이사들이 이사회내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걸 원하고 경영자들이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계속 인식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 글로벌 자본주의의 흐름은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변화했습니다. 이사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인데 어떻게 바뀌어야 합니까?

"예전엔 이사회가 수동적인 감시 기능, 리스크 매니지먼트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사들에 책임을 물을 때도 지엽적 범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주주대표소송이나 증권집단소송 등에서 국내외 법원 판결들을 보면 예전에는 이사들이 놓쳤다고 책임을 지지 않을 것 같은 사안들에 대해서도 많이 책임을 지우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회사가 식중독 문제를 일으켰다고 하면 실무자뿐 아니라 이사들도 책임을 집니다. 이렇게 이사회 책임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이사회는 수동적으로 감시 견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이사회, '가치 창출형 이사회'가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사외이사들이 우리 회사는 지금 사회적으로 어떤 요구를 받고 있고, 그 실현 과정에서 어떤 기회가 있는지를 이사회에 적극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다양한 개성과 능력 등으로 팀 외부의 인재들과 수시로 연결될 수 있는 사람을 '바운더리 스패너'(Boundary Spanner)라고 하는데, 사외이사들이 기업과 외부를 연결해주는 연결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단순 감시 견제 기능에서 나아가 적극적인 조언과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겁니다."

-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이사회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지배구조에 관련된 논의는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과, 총수가 없는 전문 경영인이 통제하는 금융기관이나 KT 포스코 같은 민영화 기업들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소위 재벌 총수들은 여전히 제왕적인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배구조가 개선되려면 변화를 추구해야 되는데 그 과정에서 회장 뜻에 따라가게 됩니다. 이를 깨야 합니다. 총수분들이 지금보다는 개방적이고, 권한 위양도 좀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메리츠금융그룹 같은 곳은 조정호 회장이 전문 경영진들에게 경영을 맡깁니다. 그래서 기업가치와 주식가치도 많이 올랐습니다. 총수가 아니면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금융지주 회장이나 민영화 기업 CEO에는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나라는 이런 기업 인사에 정부가 개입합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사외이사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금융지주나 포스코, KT, KT&G 등의 사외이사들은 회사가 웬만하면 망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자칫 나태해지거나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 CEO 선임 과정에서부터 제대로 된 사람을 뽑을 수 있는 막강한 사외이사들이 있어야 합니다.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에선 총수가 전문 경영인들을 감시 견제합니다. 그래서 딴 짓을 못합니다. 하지만 전문 경영인이 완전 통제하는 회사는 자신이 대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회삿돈을 내 돈처럼 쓸려면 쓸 수 있습니다."

- 국내 기업들의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까?

"이사회 구성에서 사외이사 비율이라든지 위원회 설치라든지 또 여성 이사 선임 등 제도적 측면에서 많이 정비가 됐죠. 추가로 필요한 제도라면 사외이사 선임과 CEO 선임 절차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입니다. 예를 들어 금융감독원 '다트'(DART·전자공시시스템)에 들어가 보면 어떤 기업이 사외이사를 왜 추천했는지 설명이 서너 줄 뿐입니다. 완전히 형식적입니다. 기관투자가들은 의결권 자문기관으로부터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찬성 반대 의견을 받지만 크게 반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소수 주주를 포함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사외이사에 관심을 갖고, 필요하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려면 후보로 오르는 사외이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회사가 더 깊이 있게 공개해야 하고, 어떤 우려가 있는지도 알려야 합니다. 또 이사회에서 CEO를 선임하거나 연임시키려 할 때 어떤 논의가 있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 깊이있게 공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업의 사외이사를 누가 하고 있고, 얼마나 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알 수 있는 플랫폼 같은 게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에 대해, 또 사외이사나 CEO들에 대해 판단하기 쉽게 됩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기업이 정말로 도움이 되는 사외이사를 모시는 관행을 정립하는 겁니다.사외이사는 독립성과 전문성이 핵심인데 우리 기업들은 회장이나 사장을 피곤하게 안 할 사람들 그리고 사회적으로 드러냈을 때 큰 시비가 안 걸릴 사람들로 많이 채워져 있습니다."

-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함으로써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더욱 고려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거셉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상법은 법학자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경영학자로서 의견을 드리자면 이사회 충실 의무의 대상인 회사에는 그 회사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이미 포괄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총주주라든지 또다른 개념을 넣어 상법에 명기하는 게 어떤 실익이 있을까 합니다. 지배주주 중심으로 경영이 되고 소수주주가 소외된다는 게 이유인데, 소비자 근로자 지역사회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데 굳이 여기에다 주주를 명기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금융당국이 밸류업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자본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저평가돼 있다는 데 대해선 공감합니다. 기업가치가 높아지는데 가장 혜택을 보는 건 기업입니다. 기업이 스스로 최선을 다해야죠. 몸값을 올리는 것을 내가 안하고 있는데 남들이 올리게 해준다, 이는 효과성 측면에서 제한적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기업의 지배구조나 경영을 유도하는 밸류업을 하게 되면 기업가치에 큰 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건 오해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자율적이고 창발적인 조직인 기업의 잠재력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자료에는 '주주 가치 존중'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밸류업이 주가, 시가총액 등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지금까지 ESG경영과 관련해 인식 전환을 많이 해온 기업들에 다시 '돈 싸움'으로 가는 거다라는 착각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밸류업이라는 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잘 벌어서 주가를 올리면 그러면 된다라는 쪽으로 곡해되지 않게끔 하는 게 필요합니다."

- 기업들은 공시 등 밸류업 정책에 다소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ESG경영과 밸류업을 정착시킬 방안은 없을까요?

"지배구조 공시도 해야 되고, 지속가능 보고서도 써야 되고, 밸류업 계획도 내야 되고 기업들에 피로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을 통합해 공시하게 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세 가지 유형의 보고서를 어디서는 뭘 얘기하고, 또 어디에는 어떤 걸 얘기해야 된다는 점을 더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시를 보고 이해관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보고서에서 가장 핵심적인 아이템들이 뭔지, 콘텐츠가 뭔지 그리고 그런 콘텐츠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이 왜 기업들한테 중요한지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공시를 서두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배구조를 지금 공시하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하게 한 다음에 다른 것을 하거나 아니면 통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 ESG와 밸류업 경영의 성공을 위해선 사회적 책임투자 등 기관투자자들의 역할도 필요해 보입니다.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투자 기업의 경영에 관심을 갖고 회사가 잘 되도록 도움을 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관투자자들이 제대로 감시하거나 조언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후가 변했을 때 기업들의 가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분석 노하우 같은 것을 축적해 제공하는 겁니다. 특정 산업에 대한 정보는 해당 기업만큼 깊지 않을 수 있겠지만 다른 부문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기반으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생색 내기 위해, ESG 레이팅을 올리고 평판을 올리기 위한 게 아니라 기관들이 투자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데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시도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프랙티스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담론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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