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퀀텀 시스템 원' 설치
신약 개발비용 절감 기대감
전세계 5번째 보유국 등극
연세대학교가 국내 최초로 양자컴퓨터를 도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양자·바이오 융합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연세대와 협력하는 국내 학술기관과 기업들이 양자컴퓨팅 기술을 연구할 수 있도록 공동 활용도 추진한다.
연세대는 20일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을 설치한 퀀텀 컴퓨팅 센터 제막식을 가졌다. 연세대는 국내에 처음으로 양자컴퓨터를 도입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대학 중에서도 2번째 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에 이어 IBM 퀀텀 시스템 원을 보유한 5번째 국가가 됐다.
IBM 퀀텀 시스템 원은 127 큐비트 IBM 퀀텀 이글 프로세서로 구동되며 연세대 연구자, 학생, 조직, 파트너들이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용성 단계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한다. IBM이 최근 공개한 최고 사양의 퀀텀 헤론을 제외하면 상용화 단계에선 가장 우수한 성능의 양자컴퓨터다.
연세대는 IBM 퀀텀 시스템 원을 기반으로 송도 국제캠퍼스를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핵심 거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양자·바이오 융합 첨단 산업 클러스터 개발의 일환으로 올해 7월, 연세대학교와 IBM은 국내 양자 생태계 발전을 위한 바이오-퀀텀 이니셔티브에 협력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천시·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도 협력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연세대가 양자·바이오 융합에 주목하는 것은 신약개발에 매우 큰 비용과 물리적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환자가 신약을 활용하는데도 비용적인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미국 FDA 승인을 얻은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의 경우 가격이 46억원에 달한다. 신약 R&D를 할수록 품질이 높아지고 비용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비용이 높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양자컴퓨팅을 바이오 R&D에 접목하면 이런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이날 "국내 최초로 IBM 퀀텀 시스템 원을 설치함으로써, 양자컴퓨팅과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교육을 할 견고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우수한 양자 분야 연구자들을 적극 유치하고, 세계적인 양자 연구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혁신적인 연구 성과 창출과 인류 삶의 질 향상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양자 연구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해 양자생태계운영센터, 양자컴퓨팅기술지원센터, 양자컴퓨팅센터를 포함하는 '양자사업단'을 신설했다. 양자사업단은 향후 △글로벌 협력기관 유치를 위한 연구시설 확충 △IBM 자원을 활용한 양자 알고리즘 개발 지원 및 기술 프로젝트 자문 △양자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자료 개발 △워크숍, 세미나, 콘퍼런스 개최 등 지식 교류를 추진한다. 연세대는 정부기관, 지자체, 연구기관, 대학, 기업, 병원 등 다양한 기관이 사업단과 협업해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이다.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은 "양자컴퓨팅 분야는 2023년부터 2030년까지 55억 달러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최초로 도입된 양자컴퓨터의 공동 활용 생태계를 구축해 산업 전반의'양자 문해력'을 증진하고 상생 협력 기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양자 분야 인재 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양자 관련 연구개발을 희망하는 기업·기관의 수요는 늘고 있으나 현장에서 이를 활용할 연구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임교원과 우수연구자를 확충하고, 양자컴퓨팅 연구 워크그룹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교내에 양자 문해력 향상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양자분야 대학원 학위과정도 설립한다.
표창희 IBM 상무는 "양자컴퓨터의 유용성은 고전 컴퓨터의 능력을 넘어서 신뢰할 수 있는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127 큐비트의 IBM 퀀텀 시스템 원은 100 큐비트 이상의 대규모 양자시스템에서만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값을 제공할 수 있다"며 "3년 내에 양자 우위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아울러 "양자컴퓨터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양자 오류 완화 기술을 발표했고, 2029년에는 오류 수정이 가능한 양자컴퓨터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며 "양자컴퓨터의 오류 문제가 해결되면 사회 전반에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는 내년 3월 연세대 창립 140주년 및 유네스코 '국제 양자과학기술의 해'를 맞아 송도 국제 캠퍼스에서 IBM 퀀텀 시스템 원이 설치된 양자 연구동을 포함한 '양자컴퓨팅콤플렉스'를 개소할 예정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