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말 한풀 꺾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이 4분기 들어서 급증하며 42조원대로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금융당국이 올해 하반기 은행권 대출 옥죄기와 동시에 제2금융권 '풍선효과'를 차단한 가운데,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수요가 지속하면서 3분기 말 채권상각으로 감소했던 기저효과 등에 따라 증가 전환했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NH농협)의 10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2202억원으로 전달(9월) 대비 5333억원(1.3%) 소폭 늘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3분기 말 기준으로 감소세였다가, 한 달 만에 다시 늘어난 것이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 9월에 전월 대비 1441억원 줄어든 41조6869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올해 8월까지 매달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우며, 약 41조8310억원까지 불어났다가 소폭 줄었던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다시 늘어난 카드론에 대해 "중·저신용자의 대출 수요는 계속 이어지면서, 3분기 말 채권상각하며 감소한 이후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며 "9월보다 10월이 영업일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드론은 일반적인 은행 신용대출과는 달리, 카드사 이용 고객이라면 별다른 심사 과정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카드론 이용자들은 고금리 이자 부담에도 손을 대고 있다. 농협카드를 제외한 8개사 평균 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연 13~15%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700점 이하인 중·저신용자에게 내준 평균 금리를 보면 우리카드가 19%에 달하며 가장 높았다. 반면 비씨카드와 하나카드의 경우 각각 14.96%, 15.70%로 대출을 내주고 있었다.
카드사들은 저축은행업권 등이 신규 대출 관련 위축 영업을 하면서 몰린 중·저신용자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들어 카드사들은 연체율이 위험 수준인 2%를 넘나들면서 모니터링 강화 속 건전성 관리에 힘쓰고 있다. 카드사 8곳은 부실채권 정리 등을 위해 올해 9월까지 2조5000억원 이상의 대출채권(일반대출 등)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에서는 특히 3분기 말에 대규모 채권 매각한 효과가 카드론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 일종의 '착시효과'라고 본다. 대형 카드사에서는 3분기에만 4000억원 안팎을 매각한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카드론 등 서민들의 급전 창구까지 조이면서 11월에는 제한된 영업 속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은행권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 압박에 이어, 지난 9월부터 시행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으로 2금융권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풍선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해 금융자산이 급증한 현대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등을 신용대출 점검 대상에 포함하며 연간 관리 계획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카드론이 금융 취약층이 급한 불을 끄는데 주로 활용하지만 일부 카드사에 편중됐다는 점을 지적했다.임성원기자 son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