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연임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철통보안으로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안건을 상정하고 있는 우리금융은 오는 22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조 행장 및 우리금융 경영진 거취를 결정할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22일 정기 이사회를 비공개로 열고 자추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조 행장의 연임 여부는 물론 차기 은행장 선임 관련 의견을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선 조 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후 연임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조 행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12조 '보고의무 위반'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8~19일 은행장 사무실, 우리금융 회장실, 우리은행 본점 대출 관련 부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0월부터 우리금융·은행 정기검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까지로 예정됐던 검사는 일주일 더 연장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우리금융·은행을 두고 'CEO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우리금융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민한 시기인 만큼 우리금융 이사회는 차기 행장 후보군(롱리스트)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올해는 후보군을 공개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9월 말 자추위를 열고 우리은행장 승계 프로세스를 개시했으나 롱리스트를 확정짓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자추위 개시와 함께 행장 후보군 4인방을 공개했다. 롱리스트를 공개할 경우 조 행장의 연임 도전 여부가 드러나고 검찰 수사와 금감원 정기검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모범관행에 따라 은행장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승계 프로그램을 개시한 취지를 살리려면 이달에는 롱리스트를 확정해야 한다. 다음달로 넘어가면 롱리스트 검증을 한 달 내에 마쳐야 해 그간의 은행권 관행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 3개월의 검증을 거친 지난해 승계 프로세스보다 한 발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선 우리금융 자추위가 조 행장이 포함되지 않은 롱리스트를 꾸려 쇄신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도 내다봤다. 현재 현직 계열사 대표와 우리은행 부행장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박장근 우리금융지주 부사장과 유도현 부행장이 강력한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 부행장은 1967년생으로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10년 넘는 경력을 쌓았다. 1992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후 2007년 리스크총괄부 부부장으로 승진했고 2016년 리스크총괄부 부장, 2020년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2023년 3월부터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유 부행장은 1968년생으로 1994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2004년 전략기획부 과장, 2005년 인사부 차장, 2010년 우리아메리카은행, 2017년 런던지점 지점장 등을 거쳤다. 본점과 국내외 지점을 두루 경험한 이력으로 2023년 3월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