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의 개미생활] 외인·기관은 점쟁인가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411/2024112102109963046004[1].jpg?var=2320 "[김남석의 개미생활] 외인·기관은 점쟁인가요?")
4만전자. 투자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놀라게 한 숫자다. 누군가는 코스피와 삼성전자를 같은 선상에 놓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추락은 곧 우리나라의 추락인 셈이다.
지난주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대를 찍자 모두가 난리였다. 이재용 회장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주가에는 신경이나 쓰고 있는지 궁금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삼성전자는 4만전자를 찍은 다음 날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가 '5만원'인 것을 확인한 투자자들은 바로 반응하며 하루 만에 주가가 7%가 뛰었다.
주가가 오른 것은 다행이지만, 문제는 오른 시점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시점은 15일 장 마감 이후다. 삼성전자 주가는 발표 전 이미 상승했다.
가장 의아한 부분은 외국인 투자자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한 날은 15일 딱 하루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발표한 이후에도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일 팔았다.
반대로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딱 이틀 순매도 했다. 자사주 매입 발표가 있었던 15일과 상승세를 멈췄던 19일이다.
거짓말처럼 개인은 주가가 오를 땐 팔았고, 내릴땐 샀다. 반면 외국인은 자사주 매입 발표가 있던 날을 '콕 집어'서 주식을 샀다.
삼성전자 이사회 정보가 미리 샜다는 말이 나온다. 9만원에서 5만원까지 내린 뒤 '드디어' 주가 방어에 나설 것이란 정보를 누군가는 먼저 알았다는 의미다.
그 '누군가'는 외국인과 기관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혹자는 삼성전자와 '4만원'이 어울리지 않아 저점 매수세가 들어온 것이라 평가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행태를 고려하면 정보가 먼저 샜다는 쪽이 신빙성이 높다.
물론 과거에도 개인 보다 기관과 외국인이 빨랐다. 개인 투자자가 소식을 들은 시점에 이미 기관과 외국인은 빠져나가 있었다.
행동주의펀드가 어느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소식에 상한가를 쳤던 기업의 주가를 봐도, 핵심 사업을 떼어 내 신규 법인을 상장한다는 기업의 주가도 상한가를 기록한 날은 개인 투자자만 주식을 샀다.
최근 만났던 한 시장 전문가가 "주가를 조작하는 사람들을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의 의견에 적극 동의했다.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하고, 어딘가에 흘려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시장을 죽이는 행위다.
금융감독원이 매 분기 이같은 불법 시세조종행위 사례를 발표한다. 내용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계약을 체결했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기도, 발표 전 대표가 직접 회사의 주식을 차명으로 사기도 한다.
이런 내용을 보면 정말 우리나라 주식시장엔 투자하면 안될 것 같다. 상법 개정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1위 기업 삼성전자조차 정보 관리가 되지 않았다. 불공정거래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왔던 사법부, 시세조종에 가담했던 정치권 모두 반성해야 한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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