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비상계엄선포 헌법위반 한목소리
정치권과 변협, 사퇴 및 하야 요구 거세
"탄핵을 넘어 즉각 하야해야 하는 국면"
![[짚어봅시다] 6시간 만에 패배로 귀결된 尹 비상계엄…거세지는 사퇴 요구](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0402109958038010[1].jpg?var=5405 "[짚어봅시다] 6시간 만에 패배로 귀결된 尹 비상계엄…거세지는 사퇴 요구")
△시작부터 논란 일은 尹 비상계엄 선포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기습적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실 일부 참모진과 여당 대표도 이런 사실을 애초 모르고 있었다. 대통령실 기자들도 급히 방송을 통해 윤 대통령의 담화 생중계를 지켜봐야 했다. 윤 대통령은 검정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브리핑룸 연단 중앙에 마련된 책상에 앉아 준비해온 담화문을 약 6분간 낭독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주도한 다수의 탄핵안과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한 내년도 예산 감액안 등을 거론한 뒤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은 1981년 1월 이후 43년 만에 처음이다.
법적 정당성 논란이 일었다. 헌법 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총 16번의 계엄령이 선포됐지만 시민들의 저항을 진압하고 독재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무엇보다 헌법에서 규정한 만큼 지금의 상황이 시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할 만큼 시급한 상황도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조계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가 헌법 위반이라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금의 상황이 헌법이 말하는 국가비상사태인지 우리는 말로서 대통령을 반박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며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는 대통령의 사명을 직시하고 스스로 즉시 계엄을 해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긴급히 글을 올려 "대통령의 헌법파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요건이 도저히 성립이 안 된다"라면서 "국회 기능을 불능케 하는 자(군·경)는 모두 내란죄 공범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법부는 5.18관련 전두환·노태우 재판에서 하루 전 5.17 비상계엄 확대(제주 포함) 행위를 내란 행위로 판결한 바 있다.
△여당마저 등돌린 계엄
집권 여당마저도 윤 대통령의 계엄에 동조하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즉각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도 "계엄철회"를 주장했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시켰다.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이다. 투표에는 야당 의원 172명과 국민의힘 소속 친한(친한동훈)계 의원 18명이 참여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은 비상원총회가 소집된 중앙당사에 모였다가 국회로 제때 이동하지 못하면서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
헌법 77조에 따르면,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은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이후 국회를 봉쇄했던 계엄군도 스스로 퇴각했다.
한 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국회 결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위헌, 위법 계엄 선포는 효과를 상실했다"며 "지금 계엄령에 근거해 군경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일련의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尹 향한 탄핵바람 거세지나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에 해제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긴급 담화를 통해 "국무회의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했다.
국회의 요구대로 계엄은 해제하지만, 계엄 자체는 정당성이 있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계엄의 이유를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선 결연한 구국의 의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큰 가운데 강경한 입장까지 고수해, 탄핵 바람이나 하야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계엄령을 선포한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다수 제기되고, 이미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여당 공천 개입 의혹을 비롯한 각종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국민적 신뢰마저 떨어져 지지율은 이미 20%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민 여론에 의해 파면을 당한 바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치광이 짓을 윤석열이라는 작자가 벌이고 있다"며 "탄핵을 넘어 즉각 하야해야 하는 국면"이라고 밝혔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인연합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도 긴급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에게 즉각 하야를 요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전날 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선포는 헌법에 위배되는 권한행사"라며 "윤 대통령은 스스로 사퇴하라"라고 밝혔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 사유를 철저히 따질 것"이라며 "추후에도 관련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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