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동향 12월호 발표
미국 신 정부 출범 수출에 하방 요인
한국 경제가 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도 수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경제동향 12월호'를 발표하며, 한국 경제가 "건설업의 부진으로 경기 개선세가 제약되는 가운데, 국제 통상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업 생산(-12.9%→-9.7%)은 전월에 이어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으며,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도 4.0% 감소하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도 약세를 보였다. 상품소비 부진은 이어졌고, 서비스소비도 완만한 증가세에 머물렀다. 상품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는 지난 10월 0.8%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하면서 전월(-2.4%)보다 감소 폭이 줄었다. 조업일수가 늘어나면서 승용차(12.6%)는 증가했지만, 가전제품(-5.9%), 통신기기 및 컴퓨터(-15.4%), 화장품(-15.5%) 등 다수의 품목에서 감소세가 지속됐다.
건설투자는 건축 부문의 누적된 수주 감소로 부진이 이어졌다. 10월 건설기성(-9.7%)은 조업일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감소세가 지속됐다.
KDI는 "ICT 품목의 양호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높았던 증가세가 다소 조정되는 모습"이라며 "11월 수출은 전월(4.6%)보다 낮은 1.4%의 증가율을 기록하였으며, 일평균 기준으로도 3.6%의 완만한 증가세"라고 말했다.
품목별로 보면 일평균 기준으로 ICT 품목(25.8%)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일반기계(-17.2%), 석유제품(-17.0%), 석유화학(-3.6%) 등이 감소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일평균 기준으로 대중국 수출(1.5%)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대미국 수출(-3.1%)은 반도체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일반기계 등의 부진으로 감소했다. 이에 KDI는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수출 여건이 악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고용과 관련해서는 "내수와 밀접한 도소매업,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고용 여건이 완만하게 조정되는 모습"이라며 "10월 취업자 수가 전월(14만4000명)보다 낮은 8만3000명의 증가폭을 기록하며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세의 둔화흐름도 지속됐다. KDI는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물가(1.5%)는 상품물가(0.9%)를 중심으로 낮은 상승세에 머문다"며 "미약한 내수 흐름에 따라 수요 측 압력이 낮게 유지되면서 기조적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1.9%) 상승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에 대해 KDI는 미국의 양호한 성장세와 기준금리 인하로 완만한 성장 흐름이 유지됐지만, 최근 글로벌 통상 여건의 악화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물가상승세 둔화가 정체되면서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약화한 가운데,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면서 "유로존은 금리 인하와 소비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하고, 선행지표의 부진도 심화하면서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경제는 일부 실물지표가 개선됐지만, 주택시장 침체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 하방 압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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