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정부가 윤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전제로 당정이 중심이 돼 국정을 안정시키겠다고 했지만,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총리와 여당 대표가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마구잡이 탄핵'도 예고했다. 민주당은 박성재 법무장관, 조지호 경찰청장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탄핵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총리와 한 대표의 대국민 담화 직후 "대통령의 직무 정지만이 유일하게 헌법에 정해진 절차"라며 "그 외 어떤 주장도 위헌이자 내란 지속 행위"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정부·여당이 '질서 있는 퇴진'을 핑계로 시간을 끌 우려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윤 대통령 탄핵안 '무한 반복 표결'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7일 1차 시도에선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지만, 동요하는 국민의힘 이탈자들을 끌어들여 탄핵안이 최종 통과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방침이다. 동일인에 대한 탄핵 소추 의결은 회기 중에 한 번밖에 할 수 없지만, '회기 쪼개기'를 통해 '매주 수요일 탄핵안 발의, 토요일 표결'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장 '11일 발의, 14일 표결'을 노린다.
민주당이 이처럼 '윤 탄핵안 무한 발의' 총공세에 나선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정치 생명이 걸려있는 '사법 족쇄'를 벗기 위한 노림수란 게 정계의 분석이다. 이 대표를 시시각각 조여들어가는 사법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책은 '윤 탄핵 → 조기 대선'의 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사법부 재판 결과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대선 날짜를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지난 7일 탄핵안이 폐기된 이후 윤 대통령을 겨냥, "대한민국 최악의 리스크가 돼 윤석열씨"라고 지칭하며 "반드시 탄핵하겠다"고 했다. 그는 8일에도 "오는 12월 14일 민주당은 국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윤석열을 탄핵하겠다"고 별렀다. 박찬대 원내대표 역시 "매주 토요일, 탄핵과 특검을 꼬박꼬박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尹 탄핵'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내년 5~6월쯤이면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여러 재판 중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올 수 있어서다.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선거법 재판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로라면 내년 5~6월이면 확정 판결이 나올 수 있다. 선거법은 사건 1심을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법원은 지난 6일 이 건의 항소심 재판부를 서울고법 형사6부로 배당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탄핵안 통과가 빠르면 빠를 수록 이 대표에게 더 유리한 지형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에 있었던 대통령 탄핵 사건을 보면 헌재 결정은 사건 접수 후 6개월을 넘긴 적이 없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기각 결정은 사건 접수 63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은 탄핵안 국회 통과부터 헌재 인용 결정까지 91일 밖에 안 걸렸다. 조기 대선까지 보면 모두 5개월 내에 이뤄졌다. 결국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해소 여부는 '윤 탄핵안 통과' 시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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