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9일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를 예고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무위원인 각 부처 장관들이 불출석하면서 곳곳에서 파행됐다.
이날 국회에서는 총 8개 상임위가 진행됐다. 특히 정무위원회를 비롯해 교육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비상계엄과 관련한 현안질의를 열었으며,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직접 방문해 계엄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
다만 야당이 예고했던 현안질의는 대부분 열리지 못했다.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무위원들도 여야의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정무위에서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을 불러 계엄 상황에서 국무총리의 역할 등에 대해 질의하고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대한 논의를 하려고 했으나, 여당과 피감기관은 협의되지 않은 일정이라는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이에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임위가, 과반수 이상의 의원들이 정식으로 소집했는데 이거보다 중요한 의사일정이 있느냐"며 "'12·3 내란 사태'가 성공했다면 많은 의원들은 다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같은 당 민병덕 의원도 "지금 우리 금융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고 국민연금으로 막고 있는 환율 방어는 어디까지 가능하냐. 국민과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만이 이 문제를 걱정하냐"며 "피감기관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걱정도 하지 않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여당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이 지금 일정 관계로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늘내일 시간이 안 나서 그런 것"이라며 "현안질의, 회의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하고는 20분만에 회의를 산회했다.
교육위와 환노위 역시 이날 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에게 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었으나 마찬가지로 여당 의원들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완섭 환경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모두 불출석하면서 회의가 파행됐다. 민주당 소속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비상 시국에 교육 현안을 점검해야 하는 교육위 전체회의에 정부와 여당이 불참한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매우 분노한다"고 강한 유감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이날 전체회의와 함께 법안소위가 개최됐다.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여당 의원들이 불참했으나 과방위에서는 전체회의 전 진행된 법안소위에 여당 의원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야당이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탄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을 이날 법안소위에서 심사했는데, 여당이 이를 반대하자 야당 의원들이 "말할 자격도 없으니 당장 퇴장하라"고 비난한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결국 반발 후 퇴장해 전체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법사위에서는 이날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 상설특검'을 심사해 처리했다. 해당 상설특검 수사 대상에는 윤 대통령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포함됐다. 여당 의원들은 법안소위에 참석해 반대표를 행사했으나 다수결에서 야당 의원들에 밀리자 반발하며 전체회의에 전원 불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