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04년 경제성장률은 연 5.2%로 집계됐다. 분기별로는 2004년 1분기 1.42%에서 2분기 0.83%로 떨어졌고 3분기에는 0.25%로 더 하락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3월12일과 같은해 5월1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에 복귀했다. 탄핵이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을 알 수 있다. 4분기 들어 0.82%로 올라섰지만 2005년 1분기(0.936%)까지 0%대 성장을 면치 못했다.
2016년 12월 9일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2016년 연간 성장률은 2.8%를 기록했다. 2016년 3분기 0.39% 성장률에서 4분기 0.77%로 소폭 올랐다. 2017년 1분기에는 1.1%로 상승했다. 2017년 3월 10일 대심판정에서 만장일치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렸지만 성장률은 오히려 올랐다. 2017년 연간 성장률은 3.1%로 2016년 경기 저점을 벗어나 2017년에는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정치적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여 오히려 집값이 상승하기도 했다. 주식 시장도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시장 침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 탄핵 이슈가 겹치며 한국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올해 연간 성장률은 2.2%로 0.2%포인트(p) 하향조정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1.9%로 인하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해외에서도 한국 경제 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과거 두 차례 탄핵은 한국 경제에 영향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외부 역풍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내다봤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앞선 두 사례에서 한국 경제는 2004년 중국 경기 호황과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며 "반대로 2025년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권의종 금융시장연구원장은 "한국 경제는 계엄과 탄핵 등 정치적 격동 속에 주요 경제 지표들이 심각한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는 단순한 경고 수준을 넘어 실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사회적 균열을 부추기는 높은 부채,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정치적 소용돌이까지 휘몰아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한 위기를 한국이 다시 겪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전망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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