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위반 넘어 민형사상 처벌 가능성 대두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영풍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논의를 올해 초부터 시작했다는 정황과 의혹(본보 2일자 참조)이 제기되며 양측의 날선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핵심은 MBK가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NDA)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적대적 M&A를 계획했는지 여부인데, 이를 두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MBK와 고려아연의 NDA는 올해 5월 종료됐다. MBK는 과거 고려아연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 2022년 5월 고려아연으로부터 내부 자료를 넘겨받고 NDA를 체결했다.
MBK는 이후 2년 동안 기밀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20개 조항에 서명했다. 양사가 맺은 계약 8조에 따르면 정보수령자(MBK)는 정보 제공자(고려아연)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주식 또는 지분을 매입하거나 사업 결합 및 합병, 적대적 인수 등을 제안할 수 없다.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도 동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 9월13일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에 돌입한 당시 이들이 올해 초부터 적대적 M&A를 구상했다는 내용이 잇따라 보도됐다.
계약 종료 시점인 5월보다 이전부터 적대적 M&A를 준비한 사실만으로 계약 위반을 넘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K측은 고려아연 M&A를 진행하고 있는 부문과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한 부문이 서로 다르고 분리돼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두 부문 간 정보 교류가 '차이니즈 월'(금융투자회사의 내부 정보유출 방지를 가리키는 비유적 표현)로 차단돼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고려아연 측은 이날 오전 입장문에서 "MBK와 영풍은 양사가 언제부터 만났으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논의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다"며 "양사가 만나 논의한 시점을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밝히지 않을 이유가 없을텐데도 굳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이 더욱 짙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들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상황을 틈타 자신들의 수익 확대를 위해 국내 재계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국가적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을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MBK 측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당 논란에 대해 또 다시 부인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NDA는 사실 (존재하는지)몰랐고 2022년에 (스페셜 시추에이션스가)잠깐 검토하고 말았던 것 같다"며 "(바이아웃 부문과 투자 부문의)법인이 달라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NDA 기한은 올해 5월에 끝났고 (공개매수 선언은) 그 이후의 일"이라고 부인했다.
한편 MBK는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1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회장 중심의 기업지배구조를 개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아울러 주주가치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주식 액면분할, 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 배당정책 공시 정례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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