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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AI전쟁인데… 2년째 교육생 못뽑는 `42서울`

안경애 기자   naturean@
입력 2025-01-09 18:13

佛서 도입한 SW개발자 양성 과정
설립 5년후 예산 없어 사업 표류
정권교체·탄핵 등 정치상황에 발목


세계는 AI전쟁인데… 2년째 교육생 못뽑는 `42서울`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42서울' 메인 페이지.




'42서울은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첫 화면에 등장하는 문구다. 상시 진행되는 온라인 테스트에 통과하면 이후 단계를 거쳐 교육과정이 진행된다는 안내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화면 중앙의 '지금 지원하기' 버튼을 누르면 안내 문구가 달라진다. 2024년에는 42서울 모집이 없고, 교육을 받고 싶으면 경북 경산의 42경산에 신청하라는 것이다. 2025년이 시작됐지만 새해 교육생 모집 계획에 대해선 일절 안내가 없다.

정부가 인공지능(AI)·디지털 분야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19년 설립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표류하고 있다. 1단계 5년 사업이 2023년 끝났지만 후속 사업이 미뤄지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예산이 말랐기 때문이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운영하는 '42서울'은 학비와 교재, 교수가 없는 '3무(無)'를 내세운 2년 비학위 교육과정으로, 정부가 프랑스 SW 개발자 양성과정 '에꼴42' 과정을 도입해 2019년 시작했다. 이를 통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500명가량의 교육생을 뽑아 총 2500여명의 SW 개발자를 양성했다.

◇2023년 1단계 사업 끝났는데 아직 예타 중= 문제는 1단계 사업이 2023년 끝났지만 2년째 후속 사업이 멈췄다는 것이다. 정상이라면 1단계 사업이 끝나는 2023년에 후속사업 계획을 세워 필요 시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2024년 예산을 확보해야 했지만 이게 안됐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예타를 면제 받아 시작한 이 사업을 두고, 윤석열 정부 들어 계속 정부사업으로 이어갈 지, 예타를 진행할 지 검토하다 2023년 한해가 지나갔다. 2단계 사업은 작년 5월에야 기획재정부 예타 대상으로 선정돼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작년 예산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1년간 교육생을 못 뽑았다.

여기에다, 작년 연말까지 예타 결과가 나오면 올해 예산을 확보하려 했지만 예상보다 늦춰졌다. 이 때문에 올해 예산은 작년의 절반으로 또한번 급감했다.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정국까지 덮치며 11~12월, 늦어도 1월까지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예타 결과는 더 늦어졌다. 지금 속도라면 정부가 경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더라도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사업예산이 포함되기 힘든 상황이다.

세계는 AI전쟁인데… 2년째 교육생 못뽑는 `42서울`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42서울'에서 지원하기 버튼을 누르면 뜨는 안내문구.





사업 관계자는 "사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온갖 자구책을 만들고자 하지만 탄핵정국까지 겹쳐 예타마저 늦어지면서 비상 상황"이라며 "당초 1단계 사업이 끝난 후 2단계를 바로 진행했어야 하는데 예타 대상에 포함시킬 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늦어지면서 전체 계획이 뒤로 밀렸다"고 말했다.
◇예산 없어 작년부터 1년 넘게 교육생 못 뽑아=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예산은 2023년까지 250억원 수준이었지만 작년 약 114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약 40억원에 그친다. 종전 예산의 6분의 1도 안되는 규모다. 정부는 그 와중에 2023년에 경북 경산에 거점을 둔 42경산을 새로 설립했다. 42서울이 교육생 모집을 못한 지난해 42경산은 280여명의 교육생을 뽑았다.


42서울은 작년 예산 부족으로 교육생을 한명도 못 뽑은 데 이어 올해도 같은 상황이다. 종전에 뽑아놓은 교육생 유지도 힘겨운 수준이다. 올해까지 2년간 교육생을 못 뽑으면 2023년 10월 시작된 10기 교육이 끝나는 오는 10월에는 교육생이 거의 안 남게 된다. 그 피해는 정부를 믿고 들어간 교육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늦어진 예타에 탄핵정국까지… "동료학습 망가져"= 대학졸업 후 개발자가 되고 싶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 들어간 교육생 A씨는 "42서울은 교육생들끼리 서로 가르쳐주면서 실력을 키우는 시스템인데, 2023년 10월 들어온 10기 이후엔 교육생이 끊겼다"며 "프로그램의 핵심인 동료학습 체계가 망가졌는데 교육장에 나가면 뭘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생들끼리 42서울은 망했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사업 관계자는 "올해가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것 같다. 예타 일정이 모호하다 보니 답답한 상황"이라면서 "올해초 예타 결과가 나오면 하반기에라도 예산을 반영하려 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상황이라면 내년에야 2단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출범할 때는 디지털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면서 예타까지 면제해 가면서 시작했는데, 정권이 바뀐 후엔 사업 예산을 줄이면서 지역인재 육성을 이유로 지역에 또 하나의 교육장을 세웠다. 여기에다 2단계 사업은 계획 단계에만 2년 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탄핵정국까지 맞았다"면서 "세계는 AI 인재 확보를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우리는 정치가 AI 미래까지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예타는 통상 9~12개월이 걸리는 만큼 작년 5월 시작된 예타 결과는 2~5월 사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탄핵정국이 예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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