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연합뉴스가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1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상승했다. 작년 7월(3.0%) 이후 반년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이다.
생활물가는 작년 10월 1.2%까지 상승률이 내려갔으나 이후 11월 1.6%, 12월 2.2%, 1월 2.5%로 석 달 연속 높아졌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의 구입 빈도가 높은 144개 항목으로 구성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체감물가를 잘 반영한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안정 목표치(2%)에 근접한 2.2%였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이보다 빠른 속도로 올랐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연초부터 원재료 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할리스, 폴바셋 등 커피 브랜드들은 지난달 커피 가격을 200∼300원가량 일제히 올렸다.
오뚜기는 이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컵밥 7종과 사골곰탕 제품 등의 가격을 10∼20% 인상했다. 오리온과 대상, 동서식품 등도 소스류와 과자, 음료 등 제품 가격을 올렸다.
휘발유 가격은 작년 10월 1500원대에서 16주 연속 상승해 현재 1730원 언저리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1800원까지 올랐다. 대학 등록금 인상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에 따르면 전국 대학 190개(사립 151개·국공립 39개) 중 54.2%에 해당하는 103개가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다.
고유가·고환율 상황이 생활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말 배럴 당 67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점차 상승해 지난달 80달러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5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다가 이달 들어선 1450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원자재 및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그 영향으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가 상승률 확대 추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고환율·고유가 상황이 계속되는 데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는 등 외부 환경 변수들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정부에서 논의 중인 추가경정예산 편성 역시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도 더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올해 1%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물가마저 빠르게 오르면 내수 부진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서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로 가면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연간 전망치인 1.8%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며 "현재도 지표도 물가안정 목표치인 2%에 근접해 있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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