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정상회담 위해 미국행
崔는 트럼프와 통화 조차 못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서 밀려
국회, 돕지못할망정 방해 안돼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6일. 1인 3역으로 분·초를 다투며 국정을 챙겨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죄인'처럼 국회 청문회장에서 추궁 당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2기 출범과 '딥시크' 충격 등에 대응해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가 야권의 정치 공세에 발목이 잡혀 꼼짝달싹 못하는 모습은 위기의 대한민국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국격(國格)이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 그 시간 '선장'을 잃은 재정당국은 민생 경제를 잡기 위해 악전고투했지만, 크게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강하게 국정 '그립'을 쥐도록 국회가 도와줘야 하는데 거야(巨野)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눈 감은 채 정치적 위협을 이어가는 데 골몰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17일째까지 전화통화도 못할 만큼 한국이 '외톨이'가 되가는데도 정치권이 지원은커녕 외려 외교·안보력을 소진시켜 활로를 찾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내란국조특위만 하더라도 이미 팩트는 드러날 정도로 드러났다. 최 권한대행을 일개 장관급으로 불러 군기잡기식 행태를 보여줄 때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은 이날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 아니냐"라고 화력을 쏟아 부었다. 이에 최 권한대행은 "헌재에서 심리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그 당시의 판단은 여야 합의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제 판단"이라고 답했다. 국민 입장에서 신물이 날 정도로 듣고 들은 얘기다.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 공세라는 말이 아니고선 설명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안 그래도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취임 후 10일 뒤, 집권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것과 비교해도 너무 늦다.
이렇다 보니 해외 각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 같은 기술 패권 경쟁에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엉뚱한 데 힘을 빼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이나 전력망특별법 같은 법안들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게 그 방증이다.
국정 1인자이자 경제 수장이 청문회에 묶여 있는 사이 재정당국은 민생 경제를 잡기 위해 숨 가쁘게 움직였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민생경제점검 TF를 열어 물가 등 핵심 민생·경제 분야별 현황과 애로사항을 공유했지만 한계가 있다. 그나마 청문회를 마친 최 권한대행이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1분기 민생·경제 대응플랜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언급한 것에 위안을 찾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를 이끌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최 대행을 국회가 돕지 못할망정 방해는 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트럼프 관세 정책 등 국제 정세가 소용돌이 치는 상황 속에 효과적으로 대응해도 부족한 판에 내부에서 힘을 빼거나 발목을 잡는 것은 국민 시각과 괴리가 크다"며 "재판 등 절차에 시달리다가 대외적인 대응이 지연되거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면 한국과 통화 등을 요청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지금은 한국에 대한 언급조차 꺼리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정상들의 활동은 정치가 아니라 경제활동이다. 기업의 어려운 과정을 정부와의 협력을 해왔는데 지금 못하고 있어 기능이 상실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세종=송신용·강승구기자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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