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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칼럼] 이재명 `보수 고해성사`, 듣기 껄끄럽다

박양수 기자   yspark@
입력 2025-02-25 14:09

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박양수 칼럼] 이재명 `보수 고해성사`, 듣기 껄끄럽다
한국 드라마는 '욕하면서 본다'고 한다. 혹자는 '막장 드라마'라고 혹평한다. '옆집 아저씨인줄 알았는데 아빠였더라'라는 식의 비슷비슷한 얼개에 결말이 뻔히 보여서다. 막장 재벌가의 출생을 둘러싼 배신과 불륜·패륜, 강간·사기 등의 요소는 약방의 감초 격이다. 거기에 작가의 멋진 스토리 전개 실력이 큰 역할을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난데없는 '중도·보수 커밍아웃'에 국민은 '멘붕' 상태다. 막장 드라마 못지않게 더욱 극적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고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강변한다. "민주당이 우클릭을 했느니 하는데 세상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변하지 않으면 그게 바보"라고도 말했다.
중국 덩샤오핑의 '성장 우선', '경제중심 정당',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거론하다가, '민주당은 진보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상속세와 근로소득세 완화 등 중도층이 혹하고 반길 만한 선물 보따리를 잔뜩 풀어놨다. 이런 일련의 행보에 "아, 원래 이재명은 진짜 보수주의자였구나"라고 깜빡 속을 이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라고 한 이 대표를 뭐라 지적하긴 적절치 않다. 그래서도 안된다. 일종의 '보수 고해성사'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인 성(性) 아닌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하는 세상이다. "외양은 이래뵈도 전 사실 여자로 살아왔어요"라며 여자 화장실을 가겠다는데 말릴 순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도 대난리다. 아빠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엄마라고하니 놀랄 수밖에.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진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여당도 탄핵 정국에 보수중도층을 뺏길까봐 속이 탄다.

이 대표의 노골적인 우클릭 행보는 성공한 듯 싶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각각 34%, 40%였다. 전주보다 여당은 5%포인트(p) 떨어진 반면, 민주당은 2%p 올랐다. 왜 그토록 중도·보수층 구애작전에 매달리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는 '카멜레온 행보'는 여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토론회에서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게 아니면,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게 합리적이지 않나"라고 했다. 마치 '주52시간 유예'를 수용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결국 여야는 '반도체 특별법'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주 4일제' 필요성을 주장한다. 상반되는 '주52시간 예외' 카드를 한 손에, 다른 손엔 '주 4일제' 카드를 들고 국민을 희롱하는 것처럼 보이는 태도다.

'전국민 25만원 지원금'도 그렇다.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할 것처럼 하다, 3일 뒤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에 명찰만 바꾼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을 버젓이 집어넣은 것이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오래된 것이다. 선전과 선동, 위선은 정치 세계에 언제나 존재해왔다.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표만 의식해 변신을 거듭하는 정치인도 부지기수다.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공익을 위해 사익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거꾸로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전체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려는 정치인에게서 진정성을 찾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해롭다. 명색이 유력한 대선 주자라면 국민에게 솔직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일찍이 성남시장 시절에 "중도 프레임에 속지 말라. 이재명은 중도 코스프레를 하지 않는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중도인 척 하더라고 속지 말라는 암시였을까. 막장 드라마는 재미로만 본다. 그러나 정치인의 잦은 거짓말은 '가짜뉴스'의 원상지다.
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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