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선원전, 임진왜란 당시 소실 이후 고종이 재건
라이엇 게임즈, 문화재 환수 후원...누적 기부금 93억원
무게감이 느껴지는 검은색 바탕에 금색으로 쓰인 글자. 가로 312㎝, 세로 140㎝라는 거대한 크기. 조선 왕실이 겪은 고난의 역사와 설움을 드러내는 얼룩과 빛바램.
100년 가까이 강제로 타국을 떠돌다 고국으로 돌아온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첫인상이다.
국가유산청은 3·1절 106주년을 앞둔 2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라이엇게임즈 후원으로 국내 환수에 성공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을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지난해 일본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경복궁 선원전 편액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전문가의 평가와 조사, 실견 등을 진행했다. 소장자 측에 경복궁 선원전 편액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당위성을 전달하고 설득했으며 라이엇 게임즈의 후원을 받아 환수하는 데 성공했다.
'선원전'은 조선시대 궁궐 내에서 역대 왕들의 어진(임금의 초상화)을 봉안하고 의례를 지내던 신성한 공간으로, 궁궐 내에서 위계가 높은 전각이었다. 경복궁, 창덕궁, 경운궁 등 총 3개의 궁궐에 위치했으며 조선 왕실 최초의 선원전인 경복궁의 선원전의 경우 임진왜란 당시 전소됐다.
이번에 국내로 환수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고종이 1868년 경복궁에 재건한 선원전의 편액으로 추정되며 국내에 존재하는 편액 중 3번째로 크다고 전해진다. 경복궁 선원전은 일제강점기인 1932년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기 위해 세운 박문사를 짓기 위해 훼철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에 환수한 유물은 가장 위계가 높았던 '전(殿)'에 걸렸던 편액으로, 바탕판은 검은색, 글씨는 금자, 테두리를 연장한 봉은 구름무늬로 조각됐다. 선원전이라는 전각의 위계에 맞게 네 변의 테두리를 둘렀으며 테두리에는 부채, 보자기 등 칠보 문양을 그려 길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지난해 2월 '경복궁 선원전 편액'을 환수한 이후 현장 조사를 통해 창덕궁 선원전의 편액 거치용 철물 흔적의 위치와 편액의 크기를 대조한 결과, 환수한 유물을 창덕궁에 거치할 수 없는 구조물임을 확인했다. 또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글씨를 쓴 서사관은 서승보로 승정원일기에 기록됐는데, 환수한 유물 글씨 필획과 걸구 등을 분석한 결과 서승보의 글씨로 추정되면서 경복궁의 편액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라이엇게임즈는 문화재 환수에 진심인 게임사로, 이번 문화재 환수에 큰 도움을 줬다.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라이엇 게임즈의 지원으로 환수에 성공한 7번째 국외소재문화유산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플레이어 중심'이라는 철학에 의거해 2012년 6월 문화재청과 후원약정을 맺었고, 지속적으로 기부하면서 문화재 환수를 위한 기금 마련에 기여했다. 지금까지 누적 기부금은 93억원에 달한다. 앞서 라이엇 게임즈는 △석가삼존도(2014년)를 시작으로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2018년) △척암선생문집책판(2019년) △백자이동궁명사각호(2019년) △중화궁인(2019년) △보록(2022년)까지 총 6차례 국외소재문화유산 환수를 지원했다.
조혁진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대표는 "이번 문화재 환수를 위한 기부에는 수백만 게임 이용자들의 마음이 함께 담겼다"며 "게임은 문화의 일부이며 현대 문화를 만들어가는 기업으로서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것이 플레이어와 회사에게 매우 뜻깊은 일이다. 긴 여정을 거쳐 돌아온 선원전 편액의 가치가 전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응천 국가유산청 청장은 "3.1절 106주년을 앞두고 국외에 있던 우리의 문화유산을 공개하는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에 환수한 편액은 조선 왕실의 뿌리와 전통의 계승을 상징하는 경복궁 선원전의 위엄과 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국민 모두와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학술 연구와 전시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개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향후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체계적으로 관리되며 해당 유물이 건축서예공예가 접목된 종합 예술작품인 만큼 향후 학술연구전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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