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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칼럼] 길 잃은 한국의 경제정책

   
입력 2025-03-03 18:38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양준모 칼럼] 길 잃은 한국의 경제정책
올해 경제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25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각 1.8%와 1.6%로 전망한 것을 보면, 이번 하향 조정이 놀랄 일은 아니다. 또한 경기 하락 전망을 근거로 기준금리를 연 3%에서 2.75%로 인하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1월 16일 기준금리 동결과는 다른 조치다. 이번 만장일치로 결정한 금리정책의 유일한 배경은 소비 회복세의 둔화다.


경제성장률 하향세는 지난 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때에도 예견됐다.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어 경제 심리가 악화했다는 진단도 이해하기 어렵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1월에도 존재했고, 앞으로 정치 현안이 정리되는 국면에서 불확실성은 줄어든다. 소비 회복세가 둔화하는 것은 환율 상승에 따라 작년 12월 수입 물가가 6.8%, 그리고 올해 1월 6.6%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목표치를 상회했고, 기대인플레인션율도 2.7%로 매우 높다. 물가상승률이 안정화된 것도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모두가 금리 인하를 기다리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금리 상황에서도 통화증가율이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통화당국의 실수로 보인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을 낳는다. 경제성장률 하락은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과 같은 경기 대응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요인들에 의한 것이다. 첫째 요인은 생산연령인구(15~64세 인구)의 감소다. 2020년 동 연령대의 인구는 전년 대비 15만3000명이 감소했으나, 해마다 감소 폭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 동 연령대의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37만4000명이 감소했다. 단순히 노동량이 감소하는 것뿐 아니라 고령화로 생산성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둘째 요인은 우리나라의 경제하려는 의지가 떨어진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주력 산업이 부진한 궁극적 원인은 경제하려는 의지의 약화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어느 때보다 더 좋은 인재와 더 많은 자본, 그리고 더 발전된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근로시간 규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놓여 있는 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근로하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셋째 요인은 기업 환경의 악화다. 대기업이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에 큰 비용이 들고 있다. 결국 무죄로 판명 나더라도 경영 공백과 재판 비용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법률 생태계는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릴지는 몰라도 기업들이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삼성도 흔들리고 있다.
규제 리스크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기업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규제를 강화하고 법률로 투자 의지를 꺾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계획한 120조원의 투자가 6년 만에 시작됐다. 기업이 들어오면 환영해야 할 지자체들이 발목을 잡는다. 새로운 것을 하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풍토에서는 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

넷째 요인은 연구개발 정책 등 정책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정책들이 더 이상 효율성과 수월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정책의 성과는 고객 만족도나 지역균형발전 기여로 평가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적 금융 규제, 엉터리 ESG 정책, 노조 및 최저임금 문제 등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수많은 요인이 있다. 정책 당국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본질적인 해결책을 외면한 우리 사회가 길을 잃었다. 돈만 풀면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정책을 왜곡하고 있다. 통화당국은 돈을 풀고, 재정정책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정치권은 인기 영합 정책에 매몰됐다.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면 모두가 좋아하고 국가채무 부담도 줄어든다. 이것은 잠시뿐이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환율과 물가가 올라간다. 임대료도 올라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가중된다. 모두가 환영했지만, 조만간 비난만 쏟아진다.


정책 당국의 실수가 쌓이고 있다. 인기영합주의 정책이 아닌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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