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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뮌헨 협정`의 교훈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5-03-16 18:21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뮌헨 협정`의 교훈
1938년 9월 말, 유럽의 운명을 결정짓는 극적인 무대가 뮌헨에서 펼쳐졌다. 당시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 지역을 요구했다. 독일계 거주자들이 많다는 이유였다. 거부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다. 체코의 동맹국인 프랑스가 발끈하면서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쟁을 원치 않았던 유럽 강대국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 총리, 프랑스의 에두아르 달라디에 총리, 독일의 히틀러 총통,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 총리 등 4개국 정상들은 9월 30일 뮌헨에 모였다. 이들은 히틀러의 요구를 수용해 '세계 평화를 위해 체코가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양도해야 한다'는 내용의 뮌헨 협정을 체결했다. 당사국인 체코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 참석도 하지 못했다.
유럽은 평화를 지켜냈다는 착각에 빠졌다. 대독 유화정책의 핵심 인물이었던 체임벌린 총리는 협정을 체결한 후 런던으로 돌아와 다우닝가 10번가 앞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독일에서 명예로운 평화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나는 이것이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라고 믿습니다."

체임벌린은 '평화'를 선언했지만, 뮌헨 협정은 전쟁의 불씨를 키우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협정은 히틀러의 야욕을 억제하기는커녕 되레 팽창 욕구를 자극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양보에도 히틀러는 만족하지 않았다. 이듬해 3월 체코의 나머지 영토를 병합했고, 9월엔 폴란드를 침공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유럽은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이 박해받고 있다"면서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이어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3년 여의 긴 전쟁 끝에 휴전 협상이 진행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최근 30일간의 일시 휴전안을 추진한다는 방안에 합의했고, 미국은 해당 협상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러시아에 전달했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의 명확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



푸틴은 "휴전 자체는 옳고 지지하지만 논의할 문제들이 있다"며 일단 수용하지는 않았다. 그는 휴전안에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추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가 이 전쟁에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저지하고, 나아가 중·동유럽에서 나토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목표를 담보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고,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떠넘기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크다.
결국 평화 협상의 내용이 러시아에 유화적으로 마무리되면, 이는 또 다른 침략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의 다음 목표는 발트해 연안국가나 폴란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나토와의 충돌은 불가피해진다.

나토 조약 5조는 '특정 회원국이 무력공격을 받으면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회원국 중 하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나토와 러시아 간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확대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역사를 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뮌헨 협정은 섣부른 양보가 평화를 가져오기는커녕 오히려 전쟁을 앞당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의 유럽 상황이 당시와 유사하다. 히틀러가 체임벌린 총리를 속였던 것처럼, 푸틴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해 유럽 안보 질서를 흔들 수 있는 것이다. 히틀러가 그랬듯이 푸틴도 더 큰 정치적·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7년 전 뮌헨 협정의 역사적 교훈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순한 타협으로 끝내려는 안일한 접근은 더 큰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칙에 입각한 단호하고 명확한 대응이다. 이것이야말로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방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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