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목에 집중되며 격차 심화
극소량만으로 표시 가격 움직여
거래량 안보고 가격만 보면 위험
#. 직장인 A씨는 출근 길에 주식시장을 보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와 오뚜기 주식이 각각 주당 800원, 3500원 올라 있었다. 무슨 호재가 있는 것인지 검색해 봐도 아무런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한시간 내내 유지되던 이 가격은 9시 이후 원래 가격으로 돌아왔고, 결국 이날도 주가가 떨어졌다.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NXT) 출범으로 개장 전 후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이 생기면서 거래 가능 시간이 늘어났지만, 실제 이용률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일부 종목은 단 한 주의 거래만으로 표시 가격이 바뀌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18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이날 프리마켓(08:00~08:50)에서 110개 종목 중 7개 종목은 단 1주도 거래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량은 28만주로 시간 대비 정규장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거래가 특정 종목에 집중되며 종목간 격차가 심화됐다.
이로 인해 극소량의 주식으로도 시세창에 표시되는 가격이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정규장에서는 시세와 동떨어진 거래가 1~2건 체결되더라도, 곧바로 시장 가격으로 돌아오지만 유동성이 줄며 이상 가격이 오랜 시간 유지된다는 지적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한국거래소 시장에서도 한 주라도 체결이 된다면 그 가격이 표시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정규장에서는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이상 거래가 표시되는 시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90위권인 신세계 주식은 이날 50분간 3주 거래됐다. 전날 종가인 15만원에 장을 시작한 뒤 8시 10분과 18분, 20분에 15만800원으로 거래됐다. 이날 오전 내내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에서 신세계 주가는 15만800원으로 표시됐다.
50분간 23주 거래된 KCC 주가는 28만1500원에서 28만4000원까지 올랐다. 이날 정규장 이후 KCC 주가는 27만9000원까지 내려왔다. 시가총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이 20여주 거래 만으로 가격이 3000원씩 움직인 셈이다.
이밖에 시가총액 3조5873억원인 엔씨소프트는 33주 만으로 16만4400원에서 16만5000원으로 뛰었고, 시총 180위 오뚜기도 50여주도 되지 않는 주식에 시장 표시 가격이 3500원씩 움직였다. 전날 포스코퓨처엠은 단 100주로 거래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이 프리마켓이나 애프터마켓에서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적은 돈으로도 주가를 원하는 수준으로 유지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를 들어 이날 신세계 주식의 경우 지인 1명만 동원해 상한가에 주식을 걸고, 지인이 이를 매수한다면 단숨에 신세계 주식은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 된다.
이후 다른 투자자가 다시 일반적인 가격으로 매매거래를 체결했다 하더라도, 직후 다시 1주만 상한가에 거래를 체결시키면 단돈 15만원으로 최소 50분간 상한가를 유지시킬 수 있다. 반대로 하한가를 조작하는 행위도 가능하다.
거래량을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가격만 체크하는 투자자라면, 이 같은 가격을 그대로 믿고 거래에 나설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이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이고, 거래되는 종목도 아직 110개 종목에 불과하다"며 "시장이 완전히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거래 전 유동성을 확인하며 매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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