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권한대행 향해 "몸조심하라"는 李
尹 탄핵선고 미뤄지자 불안감 드러내
李대표 선거법 선고는 26일로 다가와
심리적 여유 잃은듯 막말병 다시 도져
물론 이 대표가 말한대로 현행 형사소송법 제212조는 "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말하는 현행범의 개념과는 다르다. 형소법상 현행범은 '어떠한 범죄를 실행하는 중에 혹은 실행한 직후에 잡힌 범인'을 말한다. 형소법 제211조는 현행범인에 대해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범인으로 불리며 추적되고 있을 때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되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한 흉기나 그 밖의 물건을 소지하고 있을 때 ▲신체나 의복류에 증거가 될 만한 뚜렷한 흔적이 있을 때 ▲누구냐고 묻자 도망하려고 할 때다.
최 대행이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행위가 형소법에서 말하는 현행범에 해당할까? 누가 봐도 아니다.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행위가 현행범에 해당한다면, 지금 당장 대한민국 국회의원 전원을 현행범으로 체포해도 된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국회에서 후속 조치로 입법을 하지 않아 법률 공백 상태인 법이 2025년 현재 18건이다. 특히 헌재가 정한 입법기한을 경과해 효력이 상실된 법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국민투표법 등 8건이나 된다. 집시법은 2010년 6월이 입법 기한이었지만 이미 15년이나 지난 상태인데도 입법을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이 대표가 말한 현행범 개념대로라면 국회의원 전원은 직무유기 현행법으로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체포할 수 있는 체포 대상이다.
사실 이 대표의 이런 언행은 처음이 아니다. 자신의 의도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대중을 동원하는 수법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겨울을 앞두고 성남시의회는 성남시청 안 주차장에 설치하던 스케이트장을 사고 위험 때문에 다른 곳에 짓기로 하고 예산을 삭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마치 스케이트장을 아예 없애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벽보를 붙이고, 나아가 그 벽보에 예산 삭감을 주도한 시의원들 이름을 기재했다. 스케이트장이 없어진다고 생각한 성남시민들이 해당 시의원들을 향해 비난을 퍼붓었다.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 당시에는 직접 신천지 교단을 찾아가 이만희 총회장을 상대로 '현행범 체포'를 운운한 바 있다. 현행범 운운하며 시민들을 동원하는 정치는 이 대표를 상징한다.
현행범 체포 발언보다 더 큰 문제는 "몸조심 하라"는 발언이다. 귀를 의심케 한다. 이미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발언은 조직폭력배나 깡패들이 사용하는 언어다. 더구나 시민들 누구나 최 대행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한 마당에 "몸조심 하라"는 말이 더해지면 협박이다. 최 대행을 상대로 테러를 조장하고,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동을 유도하는 발언이다. 뒤집어보면 이 대표는 최 대행을 상대로 한 협박범 현행범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나 이 대표를 협박죄 현행법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이 대표의 언행이 왜 이렇게 거칠어졌을까? 사람은 위기 상황에서 본성이 드러난다고 한다. 이 대표의 최고 관심사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이다. 조기대선과 맞물려 있다. 그런데 헌재가 선고 기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 대표의 인내심에 한계가 온 것으로 보인다. 그 징조는 이미 지난 18일 "헌재 선고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지연되며 많은 국민께서 잠들지 못하고 계신다"며 헌재를 직접 압박할 때 드러났다. 이어 광주로 내려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를 군사쿠데타에 비유하며 5·18의 비극을 소환해 공포심을 조장하기도 했다.
혹자들은 이 대표가 사용하는 언어가 서민적이라고 두둔한다. 하지만 이 대표의 언어는 서민적인 게 아니라 상스러운 언어다. 최근 했던 '서해바다 꽃게밥'은 그냥 나온 발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과 의견이 다른 시민들이나 정치인을 향해 '화장실로 가서 대변기에 머릴 넣으세요', '이 분은 간질이 있으신가본데 누가 정신병원 좀 소개해주세요',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 '이 분 약간 이상해요. 농담이 아니라 완전 또라이인데', '이 사람도 마약중독이나 정신질환자인 모양', '인간 덜 된 자. 헛소리하는 정신병자', '귀눈 쳐닫고 혼자 떠드는 인간', '본인이 쥐닭벌레에 해당하시나', '목 위에 붕어머리 달고 다니시나' 등 수없이 많은 막말을 했다. 타인을 욕하고 비하하는 게 서민의 언어라면 대한민국은 욕설과 비하가 난무하는 사회가 됐을 것이다.
이 대표의 언어는 서민의 언어가 아니라 그냥 조직폭력배나 시정잡배의 언어일 뿐이다. 하기야 이 대표 말의 내력에서 그의 형수와 대화하며 했던 쌍욕은 이미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다. 초조하거나 불안할 때 더욱 과격해진다. 여유가 있을 때는 대범하고 관대한 언어를 사용한다. 최근 당내 비명계와의 통합 행보 때 보여준 언행, 우클릭 평가를 받으며 정책을 온건화할 때의 이 대표와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이 격해지는 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잡히지 않는 반면 자신을 옥죄는 공직선거법 항소심 선고일(26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그 본질이 드러난다고 한다.
오래된 독일 영화 중에 이런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권순욱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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