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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尹 탄핵심판 선고 시기가 갖는 의미

   
입력 2025-03-24 17:35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칼럼] 尹 탄핵심판 선고 시기가 갖는 의미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의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에는 사건이 매우 간단하고 분명하며,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등의 주장과 함께 1~2개월이면 헌법재판소(헌재)의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로 인해 벚꽃 대선, 장미 대선, 심지어 매화 대선까지 이야기된 바 있다.


그러나 2월 25일까지 변론이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변론이 종결된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선고되지 못하고 있다. 신속한 재판을 앞세운 헌재의 경솔한 재판 진행이 오히려 헌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 이전에 결정 선고가 나올 수 있을지도 우려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가적 중대사이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가장 비중이 큰 대통령 선거에 준하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 이상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고, 권한대행이 국정을 이끌어가는 상황을 장기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누가 부정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헌재가 신속한 재판을 강조한 것도 타당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공정한 재판이다.

사법의 본질은 공정한 재판이며, 공정한 재판에 우선하는 가치는 있을 수 없다. 사법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도 공정한 재판을 위한 것이며, 신속한 재판도 공정한 재판을 전제로만 의미가 있다. 공정성을 훼손하는 신속한 재판은 결코 정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 종결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결정 선고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재판관들 사이에 이견이 날카로운 탓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국회에서의 증언 등을 증거로 채택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고, 이와 관련하여 홍장원 메모, 곽종근 사령관의 증언과 이를 반박한 조태용 국정원장 및 김현태 707단장의 증언이 충돌하는 것도 문제이다.

국민 전체가 배심원이 되어 헌재의 사실 판단을 지켜보는 가운데,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설득력 있는 결정으로 갈등과 혼란을 수습할 수도 있을 것이고, 국민 설득에 실패하면 갈등과 혼란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 이후로는 헌재와 법원이 내란행위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일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원칙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탄핵심판의 본질 및 이를 규율하고 있는 관련 법률 규정들을 정확하게 적용하는 것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판의 시작점인 것이다.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의 경우처럼 변론을 재개하여 이런 문제점들을 정리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변론 종결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변론 재개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무엇보다 4월 18일 이전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결정 선고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4월 18일까지 결정이 선고되지 않으면, 헌재는 정말로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다. 6인의 재판관으로 결정을 선고하는 것도 어렵고, 대통령 몫의 재판관들을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도 어렵다. 그러면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해서 7인 체제에서 결정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8인 체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의 선례가 있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으며,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7인 체제의 결정에 대해 쉽게 승복이 가능할 것인지도 문제다. 재판관 9인 중의 6명 찬성과 7인 중의 6명 찬성이 갖는 비중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헌재의 결정이 아무리 늦어지더라도 4월 18일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마지노선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헌재는 대한민국의 갈등과 혼란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켰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헌재 무용론'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것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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