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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극한 환경에서의 생명체

   
입력 2025-03-25 18:00

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극한 환경에서의 생명체
도저히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고 알려진 극한환경 속에서도 생존하는 미생물들이 있다. 인체에 적합한 소금 농도는 0.9%이고 바다는 이보다 4배나 높은 3.5% 정도의 염도를 갖지만, 사해(死海)는 무려 34%의 염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생물도 살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양한 종류의 박테리아들이 생존하고 있다.


사해에 있는 미생물들은 산업적인 가치도 높아 여기서 추출한 효소들을 식품산업, 가죽 가공, 바이오염료 생산 등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 박테리아들이 생산한 탄소중합체를 활용해 자연적으로 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을 만들 수도 있으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모노 호수는 일반 바닷물의 3배 농도의 염분이 있는데, 이 곳에는 미세한 크기의 선충(線蟲)이 살고 있다. 선충은 독극물인 비소에 저항성이 매우 강하다. 비소는 사람에게 폐, 간, 혈관 등의 질환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에는 사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모노 호수의 선충은 인간 치사량의 500배에 달하는 비소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프랑스의 화학자 파스퇴르는 박테리아에 의해 음식이 부패되는 것을 밝혀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음식물을 가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인 60~63도에서 30분 동안 우유를 가열하는 방식은 프리미엄 우유에서 주로 사용한다. 이를 통해 균의 65~68%를 제거하게 된다. 이는 우유의 성분인 카제인칼슘이 80 ~ 83도의 온도에서 소화가 힘든 제3인산칼슘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극한 환경에서의 생명체


그러나 뜨거운 온천물에서도 사는 세균이 발견됐고, 2008년에는122도의 초고온에서도 생존하는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아무리 물을 끓여도 죽지 않는 균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균들은 특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이 좀 더 단단한 구조이고, 특별한 효소가 있어 DNA의 변형을 막아준다. 일반적으로 40도가 넘으면 단백질 구조가 변형이 되지만 이들 균에만 있는 특수 화학물질들이 변형을 막아준다.

이들 효소는 산업적으로도 매우 유용하다. 아쿠아티커스라는 초고온성 미생물에서 뽑아낸 '내열성 DNA 중합효소'는 PCR 검사에 쓰인다. PCR 검사는 극미량의 DNA를 증폭시켜 진단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결핵이나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PCR 검사 과정 중 이중나선구조인 DNA를 80도의 온도에서 각각의 DNA로 분리할 때 이 효소가 DNA를 안정화시킨다. 또 감미료인 자이리톨을 90도의 온도에서 효율적으로 대량생산할 때도 응용된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생존이 가능한 것은 미생물만이 아니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카리브해 해수면 500m 아래 뜨거운 물이 용출되는 열수구에서 길이 3㎝ 정도의 새우를 발견했다. 이곳의 새우는 무려 450도의 온도와 높은 압력 그리고 다양한 화학물질 속에서 생존하고 있었다. 특히 햇빛이 전혀 없는 곳이어서 눈은 퇴화한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수심 8000m의 엄청난 압력과 빛이 전혀 없는 조건에서도 꼼치라는 일종의 물고기가 생존하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런데 가장 압권인 것은 '물곰'이라는 벌레다. 5억3000만년 전에 나타난 물곰은 8개의 다리로 걷는 모습이 마치 곰처럼 보여서 물곰이라고 한다. 이끼를 먹고 살아 '이끼 돼지'라고도 불린다. 보통은 0.3~0.5㎜이고 큰 종류는 1.2mm까지도 있다.해발 8000m의 히말라야 산맥에서부터 해저 4000m에서도 발견된다. 북극에서 적도까지 분포한다.
이 물곰은 영하 273도의 극저온과 300도의 고온에서도 생존하며, 수 십년 동안 물이나 음식물이 없어도 생존이 가능하다. 심지어 다른 생명체들이 사망하는 수준의 1000배가 넘는 방사선에서도 생존한다. 이 물곰을 우주의 극한 조건에 노출시킨 다음 지구에 귀환했을 때에도 생존이 확인됐다. 이는 생명이 존재하기 힘든 조건으로 알려진 우주의 다른 별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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