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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항우연, `일그러진 영웅` 될건가

이준기 기자   bongchu@
입력 2025-03-26 18:00

이준기 세종본부 과학바이오팀 부장


[현장칼럼] 항우연, `일그러진 영웅` 될건가
"누리호 발사체 기술이 마치 항우연 연구자의 것인냥 여기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국내 발사체 분야 전문가는 또다시 불거진 누리호 기술 유출 의혹에 대해 이같은 우려를 강하게 표명했다.


최근 항우연 연구자가 누리호 발사체 기술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퇴직을 앞둔 연구자가 누리호 관련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지난 2023년 발사체 소속 전·현직 연구자들이 기술 유출 혐의에 연루된 데에 이어 또다시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해당 연구자는 해당 자료가 이미 학회나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점을 들어 기술 유출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연구자가 퇴직에 앞서 설립한 발사체 관련 회사로 관련 자료들을 기관 허가 절차 없이 대거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조사한 사안이라며 관련 증거물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했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경찰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가 밝혀지겠지만, 연이은 항우연 발사체 연구자의 기술 유출 행위를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물론 지난 2023년 기술 유출 때처럼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 우주개발을 책임지는 국책 연구기관에서, 그것도 누리호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도덕적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잇따라 벌어진 점은 엄중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연구자들은 이번 기회에 기술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강화하고, 항우연도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강력한 방지 대책과 보안 시스템 강화에 나서야 한다.

그렇다면, 유독 누리호 연구자들 사이에서 최근 몇 년 새 연거푸 기술 유출이 왜 발생했을까. 이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나로호에 이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 발사체 기술 자립 국가 반열에 오르는 쾌거를 맛봤다. 지난 20년 넘게 발사체 국산화를 위해 발사체 연구자들은 숱한 실패와 시행착오에 따른 주위의 비난을 견뎌냈고, 기술을 이전해준 러시아로부터는 설움과 무시를 받기도 했다. 이런 갖은 역경과 어려움을 이겨냈기에 기술 개발은 가능했다. 국민들은 항우연 연구자들에게 수많은 격려와 응원으로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발사체 개발의 일부 주역들은 내홍에 휘말리며 갈등을 분출시켰다. 이들은 2023년 5월 누리호 3차 발사를 앞두고 발사체 주요 보직자들이 조직개편에 집단 반발하는 초유의 항명 사태를 좌초했고, 같은 해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일부 발사체 연구자들은 유력한 사업자였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대거 이직하려는 조짐을 보여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발사체 관련 기술 유출 문제가 처음으로 불거졌고, 이번에 재차 도마 위에 올라 발사체 일부 주역들이 곤욕을 치루고 있다.

물론 대다수의 발사체 연구자들은 하반기 예정인 누리호 4차 발사 준비와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안팎으로 내우외환에 빠진 항우연이 일련의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잘 풀 수 있는가다.


현재 항우연은 차세대 개발사업의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와 1년 가까이 지식재산권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차세대발사체 개발계획 변경으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연구자의 처우 개선과 함께 노사 간 관계 회복 여부도 만만치 않은 숙제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지난 1월 민간기업 최초로 무인 달 탐사선 '블루 고스트'를 달에 성공적으로 착륙시킨 제이슨 김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CE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성공 비결로 기술적 전문성과 협업, 팀의 확고한 헌신을 꼽았다.

실패를 딛고 누리호, 다누리 등과 같은 대형 우주개발사업을 성공시킨 DNA를 갖고 있는 항우연이 국민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되지 않기 위해 곱씹어봐야 할 거 같다.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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