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車수출 347억달러 직격탄
경쟁국들 다각도로 대책 분주
정부 "긴밀한 민간 공조" 말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브라이언 켐프(왼쪽 세 번째) 조지아주 주지사와 임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HMGMA에서 생산된 아이오닉9 차량 보닛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할 일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생산하면) 많은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좋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산 자동차 관세 부과로 연간 1000억달러(약 147조원)의 세수 증가를 기대한다"며,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25% 관세 부과를 명령하는 포고문에 사인했다. 포고문에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4월 3일 0시 1분부터 관세를 부과한다고 적시했다. 그는 자신의 임기 동안 자동차 관세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해 주요 자동차 수출국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대미 자동차 수출국 1위는 멕시코(785억달러), 2위는 일본(397억달러)이며, 한국이 3위다.
관세 부과 소식에 주요국들은 빠르게 반응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자동차 관세 부과를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지칭하며, 보복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심히 유감"이라며 "우리는 이번 발표를 미국이 구상 중인 다른 조치와 함께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EU는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한편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역시 "일본도 대상국에 포함되는 형태로 발표된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면서, 일본을 제외해 줄 것을 미국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고, 멕시코 외교부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후안 라몬 데라 푸엔테 외교장관이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과 이날 통화했다고 전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국가참사급' 관세 공격을 받았음에도 반나절이나 지난 뒤 장관급 회의에서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그나마 나온 대책도 '자구책' 수준이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열린 긴급 민관 합동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미 정부의 관세 부과로 우리 자동차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는 업계와 긴밀히 공조해 대응 방안을 강구해나가는 한편, 관계부처와 함께 자동차산업 비상대책을 4월 중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산업은 조선업과 비교해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3~4배 정도 클 것이기 때문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현대차·기아도 (미국 내)1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단기적인 수익 감소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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