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 보고서
보유한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고위험가구가 40만가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고위험가구의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고위험 가구는 전체 금융 부채 보유 가구의 3.2%(38만6000가구)로 추정됐다.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72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4.9%를 차지했다.
고위험 가구란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면서서,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도 어려운 부채자산 비율(DTA) 100% 초과 가구를 가리킨다. 고위험 가구 비율은 2023년(3.5%)보다는 하락했지만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장기 평균인 3.1%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DSR, DTA 중 한 가지 지표에서만 상환능력이 부족한 가구 비중은 26.5%(318만가구)로 전체 금융부채의 34.8%(512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 고위험가구의 DSR이 75%(중위값 기준), DTA는 150.2%로 소득과 자산 측면에서 채무상환 여력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평가했다. 최근 지방 주택 가격의 하락세 등을 고려하면 수도권보다 지방의 고위험 가구 증가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미분양이 늘어나고 건설경기가 부진한 지역의 경우 고위험 가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국내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약 2681조6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중 절반은 가계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말보다 122조1000억원(4.8%) 늘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105.2%로 집계됐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국내 부동산 부문 충격이 금융기관과 금융투자자 등 경제주체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손실 규모를 뜻한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부동산 관련 대출(잔액 2681조6000억원)과 부동산 관련 보증(1064조1000억원), 금융시장을 통한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375조9000억원)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각 부문은 취급·실행과정에서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 이들을 단순 합산하면 관련 위험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부동산 대출 잔액은 1년 새 3.6% 늘어난 130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관련 대출에서 가계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8.8%에 달한다.
이 부총재보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증가세가 둔화하는 추세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부동산 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일부 부문에서는 잠재 리스크 누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 여건 완화가 부동산 등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고 자산매입을 위한 대출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부동산 부문으로의 금융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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