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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칼럼] `미래`에 절망하는 청년층, 이것이 한국의 위기다

   
입력 2025-03-27 17:47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예병일 칼럼] `미래`에 절망하는 청년층, 이것이 한국의 위기다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는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절망감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그 자리에서 유창한 영어로 앞으로 미국에 4년간 무려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1위 자동차 기업을 향해 세계로 질주하는 우리 기업을 보며 축하와 함께 자부심을 느끼면서 동시에 한국의 미래, 청년들의 미래가 걱정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야말로 '양질의 일자리'가 한국에서 증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나 기아차는 노조의 '고용세습' 논란까지 벌어졌던 최고의 일자리가 아닌가.
이날 발표한 미 루이지애나주의 현대제철소에만 13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고, 최근 준공된 조지아 공장에는 85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 이번 발표는 '생색내기용 투자'는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자동차 생산 시설은 물론 제철소, 부품, 물류, 미래산업, 에너지 부문을 총망라하는 대미 투자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한국 사회의 반기업적인 문화와 규제, 강성 노조 등으로 고민이 많았을 기업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계기로 '어쩔 수 없지만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인가. 앞으로 다른 대기업들도 잇따라 미국 공장 건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은 대기업들의 이런 모습이 경제, 인구, 성장잠재력 등에서 한국이 내리막길로 들어섰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기업이 사라지면 풍요로웠던 도시도 금세 몰락한다. 미국의 러스트 벨트 도시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무리 고급 인재가 넘쳐나도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기업이 없다면 무의미하다.

비슷한 '해외 진출'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일들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과 청년에게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젊은 인재들이 가능만 하다면 해외 이주를 꿈꾸고 있는 것. 오는 7월 13일 저녁 6시 머큐어앰배서더 홍대 호텔에서는 뉴질랜드의 액센트 헬스 리쿠르트먼트라는 채용업체가 '헬스 전문가들을 위한 구인 한국 설명회'를 개최한다. 만성적 의사 부족에 시달리는 뉴질랜드는 지난 4일 한국과 일본을 '비교 가능한 의료시스템(Comparable Health System)'을 갖춘 국가로 인정했다. 이제 한국 의사도 별도 시험 없이 뉴질랜드에서 의사로 일할 수 있게 됐다.


의사가 부족한 미국도 매사추세츠주가 올해 초 외국 의대 졸업생들이 전문의 과정을 이수하지 않아도 소외 지역에서 3년 근무하면 정식 면허를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주는 플로리다, 버지니아, 일리노이 등 10개에 달한다. 고갈 직전인 건강보험 재정을 보면 한국 의료에 미래가 없다며 많은 청년 의사들이 미국, 일본, 호주, 영국 등지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등 첨단 분야의 우수 공학도들도 가능하기만 하다면 미국행을 꿈꾸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한 경우 비자 문제만 해결되면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치권은 최근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청년들을 더욱 암담하게 만들었다. 납입 기간이 많이 남은 청년층이 불만을 터뜨리는 건 당연하다. "이건 수학이 아니라 산수다. 연금도 건강보험도 청년 착취 폰지 사기 아닌가. 사회 부양을 위해 앞으로 쥐꼬리 월급에서 세금 30~40%, 국민연금 15%, 건보료 20% 정도를 내며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정작 우리가 필요할 나이가 되면 연금도 진료도 못 받는 것 아니냐…."


이런 청년층의 절망감을 무시해서야 되겠나. 정부의 재정 전망 자료만 봐도 암담한데, 그건 그나마 장밋빛으로 추계한 것이다. 우수한 청년들과 대기업이 빠져나가고 고소득 자산가들도 이주에 나서고 있는 현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재정은 월급을 잘 받는 근로자가 존재해야 지속이 가능하다.
청년층과 기업이 한국을 떠나는 지금의 모습이 '탈출 러시'의 분기점이 되게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들의 미래에 대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도록 진정한 연금, 의료보험 재정 개혁에 나서고 상속증여세, 노동시장, 규제 개혁을 실행하는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 자신의 현재를 위해 청년층의 미래를 담보 잡아 쓰지는 않겠다는 '중노년층의 결심'이 필요하다. 청년층과 기업이 떠나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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