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닐 행, 몸 기, 있을 유, 부끄러울 치.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안다'는 뜻이다.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 나온다. 제자인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선비(士·사)라 부를 수 있습니까?(子貢問曰, 何如斯可謂之 士矣)" 공자가 말했다. "행함에 있어 부끄러움을 알고, 사방에 사신으로 가 군주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으면 가히 선비라 부를 수 있다.(子曰, 行己有恥, 使於四方, 不辱君命, 可謂士矣)"
문답은 이어진다. 자공이 말했다. "감히 그 다음을 여쭙겠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집안에서 부모에게 효도한다고 (사람들이) 칭찬하고, 고을에서 어른을 공경한다고 칭찬하는 것이다." 다시 자공이 말했다. "감히 그 다음을 여쭙겠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말은 반드시 신용이 있게 하고, 행동은 반드시 결과가 있게 하는 것은 소인이지만, 또한 그 다음이 될 수 있다." 또 자공이 물었다. "오늘날 정치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아! 도량이 좁고 식견이 짧은 사람들을 어찌 헤아리겠는가!" 자공은 스승인 공자에게 위정자로 나설 선비는 어떠한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공자는 자공이 출사할 뜻이 있음을 알고 먼저 몸소 행하되(行己),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는가를 돌아보아야 한다(有恥)고 했다. 사마천은 '사기'(史記) 관안열전(管晏列傳·제나라 명재상 관중과 안영에 관한 기록)에서 "나라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네가지 강령, 즉 사유(四維)가 해이해지면 그 나라는 멸망하고 만다"고 했다. 사유는 '예의염치'(禮義廉恥)로 예의(禮), 정의(義), 깨끗함(廉), 부끄러움(恥)이다. 유(維)는 벼리로, 뼈대란 뜻이다. 관자(管子)도 '목민(牧民)'편에서 "나라에는 네 벼리(四維)가 있는데, 한 벼리가 끊어지면 기울고, 두 벼리가 끊어지면 위태하고, 세 벼리가 끊어지면 전복(顚覆)되고, 네 벼리가 끊어지면 멸절(滅絶)된다"고 말했다. 관자는 사유에 대해 "첫째가 예(禮)이고, 둘째가 의(義)이며, 셋째가 염(廉)이고, 넷째가 치(恥)"라며 예의염치(禮義廉恥)로 정리했다.
내 행동의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비단 정치인뿐 아니라 사람됨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조건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건 사람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양심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질은 그 어느때보다 풍족해졌지만 귀한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니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 같은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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