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장관 "가이아나 공격하면 나쁜 날 맞을 것"
마두로 정부, 대통령부터 주요 장관까지 일제히 반발
카리브해 지역 3개국을 순방 중인 루비오 장관은 27일(현지시간) 가이아나 수도 조지타운에서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대통령을 예방한 뒤, "가이아나 또는 엑손모빌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베네수엘라는 몹시 나쁜 하루를 맞게 될 것"이라며 "(가이아나를 공격할 경우) 끝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미국계 글로벌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은 가이아나에서 유전 탐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이달 초 베네수엘라 해안경비대 선박이 엑손모빌의 가이아나 해저 유전지대를 침범해 논란을 빚었다. 따라서 루비오 장관의 이날 언급은 경우에 따라선 미국이 가이아나에 대한 군사력 지원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암시로 받아들여진다.
가이아나 대통령도 "미국이 우리의 영토와 주권을 보호하려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대(對)베네수엘라 관계'를 의제로 논의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이르판 알리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과 에너지 생산 통합 및 공급망 강화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는 가이아나와의 접경 지역인 에세퀴보(과야나 에세키바)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어 양국 간 국경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에세퀴보 지역은 한반도 크기와 비슷한 가이아나의 총 국토 면적(21만㎢)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이곳에선 금, 다이아몬드 등 각종 지하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인근 바다에선 막대한 규모의 유전이 발견되기도 했다. 가이아나 해저 유전에서는 미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 등을 중심으로 탐사 및 개발이 진행 중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재 가이아나 땅인 에세퀴보에 '과야나 에세키바' 주(州)를 신설하고 오는 5월 지방선거·총선거를 통해 해당 지역 주지사와 국회의원 8명을 뽑을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 국무장관 발언에 베네수엘라 행정부는 격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오후 현지 국영TV 방송에서 "멍청한 마코 루비오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데, 베네수엘라는 해방자들의 고향이어서 누구의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걸 이 바보는 모른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미국 마이애미의 부패한 엘리트 출신인 루비오는 현실을 잘 모른다"며 "베네수엘라 국민은 위협을 받으면 더 반항적으로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EFE통신은 보도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블라디미르 파르디노 로페스 국방부 장관, 이반 힐 외교부 장관 등도 각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미국 관리의 도발을 좌시하지 않을 것"라거나 "제국주의자의 망상적 언동에 결연히 맞서자"는 등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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