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얼마나 더 멍청해질 수 있나'(How Much Dumber Will This Get?)란 제목의 글을 기고해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나를 괴롭히는 건 위선이 아니라 멍청함"이라며 민간 메신저에서 논의된 트럼프 정부 고위 안보 당국자들의 전쟁 계획 유출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미 핵무기 보호 임무를 맡은 연방 공무원 수백명을 해고한 것도,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가 퍼지는 상황에서 전염병과의 싸움을 중단한 것도 '멍청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경쟁자들이 세계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때 재능있는 장군, 외교관, 스파이들을 없애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군의 '하드파워'와 외교, 개발지원, 경제·문화적 영향력의 '소프트파워'가 합쳐질 때 미국은 초강대국이 된다고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은 '멍청한 파워'(dumb power)라고 일갈했다. 그는 군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미 적국들과의 진짜 싸움을 준비하기보다는 '깨어있음'(wokeness·진보적 가치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적 용어)에 대한 형식적인 싸움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변화하는 위협을 반영해 의회와 군 예산 현대화에 협력하는 대신 정당성 없이 최고 장성들을 자르고 대량 해고로 정보기관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발이 아니라 우리의 머리를 쏘고 있다"는 전직 정보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또한 소프트파워 역시 망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직 국무장관으로서 미 대사관과 영사관을 폐쇄하고, 외교관들을 해고하고, 국제개발처(USAID)를 파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 계획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사관은 본국의 정책 결정을 알리는 눈과 귀이며, 외국의 대테러부대 훈련과 미 기업의 새 시장 진출을 돕는 것은 미국의 안전과 번영을 지키는 활동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전진 배치 외교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어 전세계에 새 대사관과 영사관을 개설하고 지금은 미국보다 많은 대사관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의 후퇴는 중국이 경쟁자 없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외교가 비용면에서 효율적이고, 전쟁은 예방하는 것이 싸우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접근방식을 나무를 베어 전부 태우는 '화전식'(slash-and-burn)이라 부르며 "그들은 정부를 재창조하는 게 아니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 모든 것이 멍청하고 위험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들과 밀착해 미 동맹을 폭파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해 미국의 도덕적 영향력을 짓밟고 있다고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망치고 국가 부채를 폭증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 선전가들은 미국이 통치 체제에 대한 글로벌 논쟁 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전세계가 민주주의가 여전히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는지 혹은 최소한 기능이라도 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노골적인 부패와 법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가 있는 '바나나 공화국'(비민주적 후진국가)처럼 운영된다면 미국은 그 논쟁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세기 세력권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며 "어쩌면 사적인 원한에 이끌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사업가로서, 그는 애틀랜틱 시티 카지노를 파산시켰다"며 "지금 그는 미국 국가안보를 걸고 도박하고 있다"고도 직격했다. 이어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단체 채팅의 실수 따위는 우리의 가장 작은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며 채팅방 속 이모지를 가리켜 "세상의 모든 주먹과 깃발 이모지들도 우리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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