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상호관세는 말 그대로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만큼의 관세를 똑같이 미국도 그 나라에 부과하는 무역정책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20% 관세를 매기고 있다면, 미국도 한국산 자동차에 20%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관계를 만들겠다는 명분이다. 그런데 트럼프식 상호관세는 복잡하다. 단순히 수치로 맞추는 걸 넘어서, 상대국의 세금 제도, 검역 기준, 기술 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까지 전부 고려해서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면 관세로 보복하겠다는 방식이다. 무역 갈등을 격화시킬 강경 조치인 셈이다. 그래서 '상호관세'라는 말은 쓰지만 사실상 '보복관세'에 가깝다는 평가다.
트럼프식 상호관세의 대상은 특정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다. 30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모든 국가들을 대상으로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방국이라 해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발표하게 되면 거대 소비시장인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그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 경우 전 세계는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에 빠져들게 된다.
트럼프가 이처럼 관세전쟁의 포문을 연 것은 제조업 부활과 국가부채 해소에 목적이 있다. 그동안 트럼프는 상호관세의 목적을 분명히 해왔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해 쇠퇴한 미국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고, 36조달러(약 5경2671조원)에 달하는 국가 부채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런 관세 구상은 실제 효과를 보고 있는 측면도 있다. 지난 2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 백악관에서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투자를 발표하자 트럼프는 "이 투자야말로 관세가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내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자평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동맹국이든 적성국이든,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든 아니든간에 트럼프의 상호관세 그물에서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상호관세는 내수 기반이 취약하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효율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미국 업계와 정치권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도살 당시 30개월 미만으로 제한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조치, 약값 책정 문제, 외국 콘텐츠에 대한 스크린 쿼터제 등에 대해 압박을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만반이 준비가 있어야 한다.
동시에 한·중·일 3국의 역내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충격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 나라 모두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다.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FTA를 활용해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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