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1987년 민주화운동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1964∼1987)군 고문치사 연속 보도를 이끈 남시욱(南時旭·사진) 전 세종대 석좌교수가 1일 오후 1시쯤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에 따르면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북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59년 동아일보 1기 수습기자로 입사했다. 입사 직후인 1962년 이른바 '삼양동 기사 필화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고인이 서울 성북구 삼양동 판자촌에서 63세 노인이 굶주림과 추위로 숨졌다는 기사를 쓴 뒤 북한 방송이 이를 사례로 들어 남한 정부를 맹비난하자 정권이 고인을 반공법상 이적 혐의로 구속한 것이다.
고인은 도쿄특파원, 논설위원,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실장, 상무이사를 역임했고, 1995∼1997년 문화일보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07년 인촌상 수상 당시 "1987년 동아일보 편집국장 재직 당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보도하면서 정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똘똘 뭉쳐 연속 특종 기사를 썼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언론학계로 옮긴 고인은 고려대와 성균관대, 세종대 등에서 강의하며 '인터넷 시대의 취재와 보도'(2001), '한국보수세력연구'(2005), '한국 진보세력 연구'(2009) 등 연구서를 펴냈다.
삼성언론재단 이사, 대통령자문 통일고문회의 고문, 광화문문화포럼 회장,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관훈클럽 총무,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학교법인 태양학원 이사로도 활동했다.
동아대상(1980), 위암 장지연 언론상(1993), 인촌상 언론출판부문(2007), 제1회 자랑스런 편협인상(2023)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김은산(전 홍익대 교수)씨와 2남1녀(남정호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남은경 고려사이버대 교수·남제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 발인 3일 낮 12시, 장지 시안추모공원. 02-2227-7500.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