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김수현은 공개된 메시지의 화자가 서로 다른 인물들이며, 검증기관을 통해 검증을 마쳤다고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메시지 폭로 이후 김수현 측이 침묵한 것이 검증 결과를 기다린 때문일 수 있겠다. 어쨌든 중요한 건 메시지 조작 의혹이다.
해당 메시지는 유족 측에서 진짜 메시지라면서 공개했다. 그게 조작됐을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국민적 관심사에 그런 거짓을 내세웠다가는 금방 들통날 게 뻔하기 때문에 당연히 진짜 메시지라고 간주됐다. 그러니 메시지 공개 이후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는 언론은 당연히 없었고, 메시지 내용을 사실로 전제한 상태에서 그에 의거한 김수현에 대한 의혹 제기만 가득했다. 인터넷에선 유족과 유족 측 유튜버의 주장이 기정사실처럼 퍼져갔다. 그런데 김수현이 메시지 조작이라는, 상상의 범주를 넘어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사건 시점을 교묘히 바꾼 사진과 영상, 그리고 원본이 아닌 편집된 카카오톡 이미지가 증거로' 제시되어 자신을 '소아성애자, 미성년자 그루밍, 살인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 문제를 수사로 검증하자고 했다. 자료들을 객관적으로 검증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수현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 금방 탄로날 거짓말을 눈물까지 흘려가며 할 수 있을까? 이게 거짓이라면 상상초월의 황당한 거짓말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유족과 그를 대리한 유튜버 측이 황당한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어느 쪽이든 충격이다.
이건 수사로 밝혀야 한다. 상호간 말싸움으론 결론이 나기 어렵다. 김수현 측에서 유족과 유튜버 측에게 명예훼손 형사고소와 총 1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했다. 유족 측 유튜버도 김수현이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니만큼 시급히 신고하고 증거도 제출해야 한다. 보통 논란에서 법적으로 대응하는 쪽이 억울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번엔 어떨지 지켜볼 일이다.
김수현은 놀라운 녹취도 공개했다. 김새론의 전 소속사가 7억 채무 변제 내용증명 압박을 가해 김새론을 고통스럽게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김수현 측은 압박이 아닌 단순한 형식적 독촉이었으며 김새론 측에게 상황 설명을 했다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유족 측에선 압박만 가해졌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이번 기자회견에서 김수현이 녹취를 공개했다. 소속사 측에서 내용증명이 형식적일 뿐이라고 설명해주며 내용증명에 대해 미안해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이 녹취가 조작이 아니라면 그 또한 충격이다. 유족 측은 그동안 녹취 내용과 반대되는 주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유족 측의 입장을 지켜봐야 한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메시지 폭로 이후 김수현이 파멸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에 의혹을 부인하면서 일부 증거 제시와 더불어 고소에 나섰기 때문에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섣불리 속단해서 한 쪽을 악마화해선 안 된다.
앞으로 나올 소송 결과와 별개로, 지금까지 인터넷과 일부 언론에서 김수현을 죄인 취급한 건 문제가 있다. 처음 유족 측 유튜버가 공개한 사진들에 대해 김수현 측이 시점이 조작됐다고 해명한 후부터는 중립으로 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유튜버가 사진 시점조작 의혹에 대해 해명을 안 하면서 추가 폭로를 난사했는데 많은 언론이 그 폭로를 중계하기에만 바빴다.
김수현이 최초에 김새론과의 열애설을 부인한 거짓말도 크게 문제가 됐는데, 거짓말이 잘못인 건 맞지만 열애설 부인은 연예계 일상사다. 더군다나 헤어진지 4년 된 상태였는데 그걸 중죄로 몰아가는 건 무리다. 또, 설사 2차례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해도 7억 빚에 비하면 매우 약한 빚 독촉이다. 이걸 살인적 독촉으로 몰아가는 건 과도하다. 7억원을 탕감해준 게 사실이라면 선행을 한 것인데 많은 매체들이 내용증명만으로 그 사안을 악행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러면서 김수현은 사실관계가 밝혀지기도 전에 이미 악마가 된 것이다. 그가 진짜 악마인지는 이제 수사, 재판 또는 유족에게 많다는 증거 등으로 밝혀질 전망이다. 차분하게 지켜보는 게 좋겠다. 다만 이미 열애설 부인이 거짓말로 확인된 마당에 고인의 휴대폰을 포렌식해 과거 사생활을 공개하는 게 과연 고인의 명예에 도움이 될까? 고인이 휴대폰 폭로를 원할까? 그런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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