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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동의 아니다"…프랑스, 강간죄에 `비동의` 명시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25-04-02 18:58

형법개정안 하원서 통과…극우 국민연합(RN) 등 일부 의원 반대


"침묵은 동의 아니다"…프랑스, 강간죄에 `비동의` 명시
프랑스 하원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 하원이 형법상 '강간'의 정의에 '비동의'를 명시한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성범죄 관련 법규에 중요한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동의 없는 모든 성적 행위'를 강간으로 규정했으며 '피해자의 침묵이나 반응의 부재만으로는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도 담았다.


하원은 1일(현지시간) 저녁 본회의에서 찬성 161표 대 반대 56표로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프랑스 현행법상 강간은 '폭력, 강압, 위협, 기습에 의해 타인에게 행해진 모든 형태의 성적 침입 행위 또는 구강-생식기 행위'로 정의된다. 개정안은 여기에 '동의 없는 모든 성적 행위'를 추가했다.
아울러 '동의'는 '자유롭고 구체적이며 사전에 이뤄지고 언제든 철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피해자의 침묵이나 반응의 부재만으로는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도 담았다.

법안 공동 발의자인 녹색당의 마리 샤를로트 가랭 의원은 "오늘 밤 우리는 '강간 문화'에서 '동의 문화'로 나아가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한다"며 "면책의 벽에 던지는 첫 번째 돌"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극우 국민연합(RN)이나 일부 우파, 좌파 사회당의 일부 의원은 반대했다. 소피 블랑 RN 의원은 "강간의 정의는 이미 아주 명확하다"고 반대했고, 소피 바지네이 르쿠르 공화국권리연합(UDR) 의원은 "형법은 여론 등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다"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사회당 내에선 강간죄에 '동의' 개념을 포함하면 향후 수사 과정이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며 피해자를 더 곤란한 상황에 몰아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에 샤를로트 가랭 의원은 '동의' 개념을 명시한 스페인, 스웨덴, 덴마크의 예를 들며 이들 나라에서 "피해자가 심리의 중심에 선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도 "앞으로 가해자는 상대의 동의를 어떻게 확인했는지 입증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는 그가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느꼈는지, 동의를 확인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계약서에 서명하듯 '확실한 증거'를 반드시 제시하라는 의무를 부과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지지를 받은 이 개정안은 상원 심사를 받아야 한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형법상 강간죄에 '동의' 개념을 명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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