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TA 체결국 중 한국 가장 높아...사실상 '파기'
리더십 공백 속 "통상질서 재정립해야"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국가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해 모든 국가에 대해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이른바 '최악의 국가'인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무역적자국에는 추가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기본관세 10%+국가별 상호관세 15%'로 총 25% 상호관세를 부과 받게 된다. 관세조치 발효 시점은 기본 관세는 오는 5일, 국가 별 상호관세는 오는 9일이다. 다만, 백악관 행정명령 부속서에 따르면 한국의 상호관세율은 26%(기본관세10%+국가별 상호관세 16%)로 적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야 말로 미국의 황금기"라고 주장했다.
주요국의 관세율은 △EU 20% △일본 24% △대만 32% △중국 34% △베트남 46% 등이다. FTA 체결 상대국 중 한국(25%)은 가장 높은 관세율을 부과했다. 미국의 다른 FTA 체결국 중 호주, 칠레, 콜롬비아 등 11개국에 대해선 기본관세율인 10%의 세율을 적용했다.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미충족 물품에 대해 기존 25% 관세를 유지한다. 기존에 품목별 관세를 발표한 자동차를 비롯한 철강·알루미늄, 의약품, 반도체 등에 대해서는 이번에 발표한 관세조치와 중복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대해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키로 하면서 '통상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EU를 비롯해 주요 국가는 보복 조치 방침까지 밝히면서, 자유무역주의 기반의 통상 질서도 급변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미 수출액이 높은 한국은 관세 폭탄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10.5%가 증가한 1277억9000만달러로, 7년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342억달러, 일반기계 149억달러 등으로 집계됐다.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사실상 '파기'되면서 한국은 미국과 새로운 통상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상호관세 발표에 앞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내고 30개월 이상인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 금지, 국방 분야의 절충 교역 규정, 디지털 무역 장벽 등을 비관세 장벽으로 제시했다.
리더십 공백도 문제다. 미국발(發) 통상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대통령 대행 체제인 한국은 상호관세로 인해 미국과의 새로운 통상 규칙을 수립하는 동시에 전 세계 주요 국가의 보호무역 기조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전망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미중 갈등 속에 일방적으로 대미 중심 무역정책을 펼쳐왔지만, 개의치 않고 상호관세를 때린 상황이다"라며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매기고, 현 상황에서는 무역 통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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