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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리스크 분산 카드 총동원" 한류 타고 美수출 늘린 유통가 `비상`

김수연 기자   newsnews@
입력 2025-04-03 16:25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에 한류를 타고 식품, 패션, 뷰티, 헬스케어 등에서 대미 수출을 키워가던 우리 유통기업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공급망 전략 수정부터 생산기지 이전 검토까지 관세 리스크 분산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수출이 85%에 달하고 생산량이 베트남에 집중돼 있는 한세실업의 경우,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미 지역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수립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관세가 10%로 낮은 국가인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 지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지난해부터 친트럼프 국가인 엘살바도르 등 중미 지역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생산 라인 증설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내년 상반기 본격 가동하는 과테말라 미챠토야 프로젝트도 신속하게 진행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민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업은 하루 약 2만 5000㎏의 원사를 생산할 수 있는 과테말라 에코스핀 1공장을 통해 원사부터 원단, 봉제까지 모두 가능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메이드 인 USA' 물량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인수한 미국 텍솔리니 섬유공장을 적극 활용해 트럼프 정부가 선호하는 'Mand in USA' 물량을 늘리고 텍솔리니가 보유한 합성섬유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액티브웨어와 같은 고단가 제품군 수주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부분에서 준비가 돼 있어, 바이어가 부담할 한세실업 제품의 미국 내 평균 관세율은 현재 시점에서 다른 경쟁사들 대비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당장은 현지에 확보해 놓은 재고로 대응하고 장기적으론 생산기지 이전을 고려하는 곳도 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비해, 미국 현지의 주력 판매 제품인 메디컬 제품과 파라오Q, 레오나르도DV 등에 대하여 재고를 확보해둔 상황"이라며 "5월 어머니의 날 등 성수기 시즌을 대비할 정도의 사전 확보는 돼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른 프로모션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부과되는 관세 등을 감안해 판매 가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장기적으로는 제3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현재 미국에서 진행하는 보편 관세와 상호 관세는 제3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부과되고 있긴 하지만, 향후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슈퍼 301조 등에 따른) 중국 제품에 대한 보다 더 강화된 관세를 부과할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적 협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미 수출 기업들이 아무리 개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춰도 상호관세를 감내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룻밤 지나고 나면 또 새로운 관세 폭탄이 떨어지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개별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라며 "결국 정부와 미국의 협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한 식품기업 관계자도 "아무리 경쟁력을 갖춰도 상호관세 25%를 감내할 수 있는 업체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내 소비자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방침"이라며 "수출 지역 다변화와 환율 등으로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관련해 내부적으로 다각도로 검토중에 있다"고 부연했다.

오뚜기 측도 "대미 수출이 10% 정도여서 당장 큰 타격이 있지는 않을 것 같다"라면서도 "정부 대책 등을 지켜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향후 품목별 세부 실행안이 어떻게 나올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 업계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에 디저트류를 수출하고 있는 한 식품기업은 "품목별 세부적 실행안 등이 나오지 않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라고 전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화장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아무래도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적용 품목·세율의 조정 여지를 남겨둔 만큼 국내외 사업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상호관세 부과로 북미법인 매출 원가에 영향이 있을수 있으나 큰 타격을 줄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필요시 가격인상 또는 프로모션 비용 관리 등 추가적인 방안도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한 hy 측도 관련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 hy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내부적으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미 현지에 생산공장을 구축해 가동 중인 곳은 한시름을 놓은 모습이다. CJ제일제당 측은 "현재 미국에 있는 공장만 20여 곳으로, 거의 모든 제품이 현지 생산되고 있다"며 "관세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김수연·이상현기자 newsnews@dt.co.kr

"관세 리스크 분산 카드 총동원" 한류 타고 美수출 늘린 유통가 `비상`
한국 화장품을 체험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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