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이자, 비(非)아파트인 빌라·연립주택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가 지난달 24일 강남·서초·송파·용산구의 토허구역 지정 후 해당 지역 주택 유형별 매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파트보다 비아파트 거래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4일부터 4월 1일까지 9일간 아파트는 강남구에서 2건 거래되는 것에 그쳤지만, 연립·다세대는 송파구 7건, 용산구 3건, 강남구 2건, 서초구 1건 등 총 13건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초고가 빌라 거래 사례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한남뉴타운 등 정비사업 개발 호재가 있는 용산구 한남동에서 '한남유림빌라' 전용면적 174.72㎡ 연립이 50억원에 직거래로 거래된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강남구 대치동에서 거래된 은마아파트 전용 76.79㎡(30억2000만~30억7000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직거래 비중이 46%(6건)에 달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시행 이후 아파트 매입이 까다로워지자, 규제 대상에서 빠진 빌라 시장으로 일부 수요가 이동하는 모습이다. 특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현재까지 토허제의 여파로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내 아파트 거래는 거의 멈춘 모습이다. 지난 9일간 거래된 아파트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2건이 유일했다. 서초·송파·용산구는 4월 1일 기준 아직 실거래 신고가 없었다.
지난달 25일 거래된 은마아파트 전용 76.79㎡는 30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 거래를 기록하는 등 저조한 거래 속에서도 높은 거래가를 유지하고 있었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비아파트로의 풍선효과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3구와 용산구의 토허구역 지정으로 인해 서울 아파트 시장이 숨을 고르고 있다"면서 "상급지 갈아타기와 추격 매수가 다소 진정되면서 한강변 비규제 지역으로의 풍선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다주택자 신규 주택담보대출·갭 투자 관련 전세대출 제한, 거래시장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서울 주택시장은 한동안 거래 둔화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다만 아파트 분양물량과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거상품은 이번 토허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만큼 일부 수요가 이들 대체 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2025년 3월 24일~4월 1일 강남3구, 용산구 연립·다세대 매매거래 현황.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