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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최악 관세청구서… 트럼프 `봉`된 한국

박정일 기자   comja77@
입력 2025-04-03 17:47

韓에 25% 고율 관세 부과키로
USTR 상호관세 계산법 '엉망'
"정부 실질적 대응 로드맵 제시
다자간 국제공조 강화 필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세계 각국의 대미수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에는 25%라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한국으로선 최악의 '관세청구서'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20개국 가운데 한국에 가장 높은 세율을 때렸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마저도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에 대해 "예상보다 가혹하다(harsher)"고 평가할 정도였다. 사실상 한국을 '봉'으로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 관세율을 낮춰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 일본은 우리보다 2%포인트(p) 낮은 24%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 국가로 꼽은 유럽연합(EU)은 20%였다.
상호관세 계산법도 엉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상호관세 발표 행사 당시 한국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몇 시간 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서는 26%로 수정돼 나왔다. 그리고 우리 정부의 확인 요청에 다시 25%로 재수정했다. 오락가락한 것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홈페이지에 국가별 상호관세 산정법이 "복잡하다"고 시인하면서 복잡한 방정식을 제시했으나, 무역업계에서는 사실상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한국의 대미 관세율이 50%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한·미 FTA에 따라 대부분의 미국산 제품이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이날 발표에서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무역)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국가별 상호관세 설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설명을 '패싱'하기까지 했다.

결국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리더십 부재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덕근 산업통사자원부 장관이 2차례, 통상교섭본부장과 통상차관보 등 고위급 인사들이 연이어 미국을 찾아 협의를 했으나 장·차관급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일본의 경우 이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직접 상호관세 제외를 요청했고, EU와 중국, 캐나다 등은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보복'을 예고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안 장관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가 나오자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했으나, 기업 피해를 최소화 하고 미국 정부와 긴밀한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언급 외의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빨리 정치를 안정화 하고 미국이 문제로 지목한 자동차와 쌀 등에 대한 비관세장벽을 지렛대 삼아 정치권이 빨리 협상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상호관세 발표는 실질적인 협상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며 "정부가 정치적 수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 대응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기업들의 중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사한 피해를 입는 주요 교역국들과의 공조를 통해 다자간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는 만큼 국제공조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역시 "우리나라가 13년째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국이고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 내 산업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음에도 다소 높은 26%가 책정됐다"며 "이는 협상의 시작점일 뿐 종착점은 아니기에 감정적으로, 성급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박정일·장우진기자 comja77@dt.co.kr

[기획] 최악 관세청구서… 트럼프 `봉`된 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세계 각국에 적용할 상호관세율이 적힌 현황표를 들고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는 26%의 상호관세를 적용했다.



[워싱턴(미국)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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