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세율이 각국별로 발표되자 각국은 대체 자국에 대한 관세율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궁금해 했다. 백악관 기자들도 이를 물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전에 상대국과 조율하거나 조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 이후 홈페이지에 산정법을 공개했다. 국가별 상호관세를 정교하게 계산하지 않고 사실상 해당 국가와의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적자액을 해당국에서 수입하는 금액으로 나눈 것이라고 밝혔다.
USTR은 "각 국가별로 수만개의 관세, 규제, 세제와 기타 정책이 무역적자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면 복잡하다"고 시인하고서는 양자 교역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0으로 만들 수 있는 관세율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USTR은 수입의 가격탄력성과 관세 비용을 수입업자가 부담하는 비율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USTR이 공개한 공식은 사실상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것이었다.
이 수치는 상대국의 실제 대미 수입관세율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율을 산정하는데 있어서 다른 나라가 미국에 적용하는 관세는 물론이며 각종 규제와 세제 등 미국 기업의 수출을 방해하는 모든 무역장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를 관세율로 수치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가 미국에 하는만큼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니 상호주의에 부합하고 공정하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고 무역적자를 해소하는데 필요한 숫자를 가공의 세율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런 의혹은 앞서 미국 언론인 제임스 수로위에키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 특정 국가와의 상품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비율을 해당 국가의 대미 관세로 규정한 뒤 그 비율의 절반을 상호관세로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25%(나중에 백악관은 26%로 수정)도 이 계산법과 맞아떨어진다. 미국이 작년 한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기록한 무역적자는 660억달러, 수입액은 1320억달러다. 660억달러를 1320억달러로 나누면 50%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대미 관세가 50%이며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26%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의 관세 의지가 워낙 강한 상황에서 관세 부과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상호주의'라는 구실을 댔을 뿐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 관세를 부과할 태세였고 외교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필요에 따라 산정한 수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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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세계 각국의 대미수출관세율을 발표했다. 손에 전날 나온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외국무역장벽보고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