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기본관세 10% 5일 시작… 개별은 9일부터 시행
플라이츠 AFPI 부소장 "알래스카 LNG·조선 등 기회"
한국, 미국산 車 관세 미부과… 트럼프 주장 사실과 달라
미국 정부의 한국에 대한 25% 상호관세 부과 방침에 향후 대미 협상이 정부 대응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정부 협상에 따라 품목별 관세율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별 상호관세 가운데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10% 기본관세는 오는 5일(현지시간)부터, 한국을 포함한 각국별 개별 관세는 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가별 관세 적용이 9일부터로 미국 정부가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인데 우리 정부로서는 일주일 간 협상의 여력이 생긴 셈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일 민관 합동 미 관세 조치 대책 회의를 열어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포함해 각급에서 긴밀한 대미 협의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유사하다. 한국에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종연구소 주최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동아시아 안보' 주제의 포럼에서 관세 조치를 '협상의 신호탄'이라고 규정하며 "(관세가) 협상을 거치면서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며 "한국은 이런 협상에서 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이나 조선 등 분야에서 미국과 협상할 여러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역시 이날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매일 매일 트럼프의 노이즈에 좌우되지 말고 그 밑에 깔린 흐름에 집중해야 한다"며 "한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민관 협력이 중요하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일본과의 협력도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이른 시일 내에 국내 정치 환경이 안정돼 정상 간 커뮤니케이션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상호관세는 미국 내 유권자들, 특히 (제조업 중심의) 중서부에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먹히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밖에서 보면 불합리하지만, 미국 이익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합리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오늘 트럼프 발표는 '국제 통상 질서 대전환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미 관계의 특수성을 숫자로 잘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이를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만들어 미국 업체, 업계에 잘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이 지목한 비관세장벽과 미국 내 여론을 잘 살펴보고 이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 공개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자동차 배출 관련 부품 규제와 미국산 쌀에 대한 513% 관세 등을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가 한국산"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이 한국산 픽업트럭에 25% 관세를 물리고 있다.
자동차 부문의 불이익은 오히려 한국이 더 큰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산 차가 적게 팔리는 것은 품질, 디자인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이를 비관세 장벽 탓으로 돌리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쌀의 경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의 농업 수입을 늘리는 카드를 꺼내면 일정 수준 미국 정부를 납득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농업 종사자 가운데 다수가 전통적인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지층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는 전 세계적인 신보호무역주의 흐름을 촉발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상대국들의 보복 조치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 교역 둔화, 물가 상승 압력 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간 협상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도래했다"며 "정부는 미국 측에 대미 무역흑자 축소 노력과 한국의 대중국 공급망 대체 파트너로서의 전략적 역할, 향후 대미 투자 확대 계획 등을 적극 설명하며 관세 인하 또는 예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향후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 조치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의 요구는 미국으로 공장을 옮겨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것으로, 미국 현지 생산에 속도를 내는 것도 적절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세종=원승일·장우진기자w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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