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통령 탄핵 심판은 재판관 개인의 성향이 아닌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해 이뤄진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 대상은 피청구인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지와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지 여부"라며 "일각에서 재판관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짓고 탄핵 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사법부의 권한 침해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재판관들의 성향은 인선 주체가 누군지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다. 헌법재판관 정원은 대통령 몫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국회 선출 3명으로 총 9명이다. 이는 헌법 제1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으로 2항에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다'고 나와 있다. 헌법 제111조 3항에는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적혀 있다.
다만 이번 탄핵 심판은 1명의 자리가 채워지지 않은 채 8인 체제로 선고가 이뤄졌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이 이번 탄핵 심판을 심리하고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4일 만장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했다.
재판관들의 성향을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먼저 문 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은 2019년 4월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 지명으로 취임했다. 이로 인해 두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같은 날 임명이 이뤄져 오는 18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문 대행이 이 재판관보다 연장자이고 사법연수원 기수가 더 높아 소장 역할을 맡았다. 문 대행의 경우 부산·경남 지역에서만 근무한 이른바 '향판' 출신으로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재판관은 역대 다섯 번째 여성 재판관이자 최연소 재판관으로 우리법연구회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추천 몫으로 임명돼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김 재판관은 민·형사, 특허, 도산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 온 정통한 법관이다. 정 재판관은 1996년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판사로 법복을 입은 후 민·형사 등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했고 대전지방변호사회에서 실시한 법관평가에서 2013년과 2019년 우수 법관에 선정된 바 있다.
정형식 재판관은 이번 탄핵 심판 사건의 주심으로 윤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지명·임명한 인물이다. 주심 재판관은 탄핵 심판에 필요한 안건과 쟁점, 자료들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 재판관은 8인의 재판관 중 사법연수원 기수가 가장 높고 2018년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김복형 재판관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해 윤 전 대통령이 임명을 재가했으며 역시 보수 성향으로 꼽힌다. 그간 김 재판관은 성향이 드러나지 않아 중도보수로 분류돼 왔지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선고를 포함한 여러 판결에서 보인 견해를 토대로 보수 성향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김 재판관은 한 총리 탄핵 심판에서 기각 의견을 밝히며 헌법재판관 3인의 미임명과 관련해 위헌·위법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조한창 재판관과 정계선 재판관은 각각 보수, 진보 성향으로 나뉜다. 이들은 나란히 국회 몫으로 임명됐지만 조 재판관은 국민의힘, 정 재판관은 더불어민주당 추천이다. 조 재판관은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심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정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를 포함해 헌법연구회, 외국사법제도연구회, 현대사회와 성범죄연구회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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